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 등 고위층의 근태와 업무추진비 문제점이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최근 감사조직을 확대한 후 나온 첫 번째 검사 결과다. 여당에선 전 정권에서 임명된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타깃으로 사퇴 요구에 나섰다. 최근 KBS·MBC 이사진 해임 절차와 맞물려 방통위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방통위는 연간 자체 감사 계획에 따라 방심위의 국고보조금 집행에 대한 회계검사를 최근 한 달 동안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방심위 고위층의 근태를 지적했다. 2021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의 차량 운행기록을 점검한 결과 3명 모두 오전 9시 이후 출근과 오후 6시 이전 퇴근이 잦았다. 위원장은 근무일 총 414일 중 78일(18.8%)을 오전 9시 이후 출근했고, 270일(65.2%)을 오후 6시 이전 퇴근했다. 부위원장은 411일 중 297일(72.3%)은 늦게 출근하고 267일(65%)은 일찍 퇴근했으며, 상임위원은 396일 중 288일을 일찍 퇴근했다.
방심위는 2008년 출범 때부터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 3인에 대한 별도의 복무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정 위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일반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일부 출퇴근은 본인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복무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업무추진비 집행 과정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정 위원장의 전 부속실장은 점심으로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실제 식사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해 선수금(11회, 137만여원)을 적립, 코로나19 방역 수칙의 인원수 제한이나 집행단가 기준(1인당 3만원)을 위반할 때 선수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방통위 감사팀으로부터 업무추진비 관련 영수증을 전달받을 때까지 선수금 존재와 내역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원 제한 시 수행원 식사비를 함께 결제할 수 없어 선수금을 운영한 것"이라는 전 부속실장의 해명을 전했다.
이 밖에도 방심위 고위층이 업무추진비 기준단가를 초과한 것을 숨기려 인원수를 부풀려 지출결의를 한 사례도 많았다. 2021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위원장은 13건, 부위원장은 9건, 상임위원은 24건, 사무총장은 2건 등이었다. 아울러 부위원장이 지난해 1월과 5월, 공식행사가 아닌 점심때 각각 직원 3명과 함께 소주 5병과 막걸리 1명, 소주 7병과 맥주 2병 등 지나치게 많은 술을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방통위의 회계검사 발표를 계기로 정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방심위 소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방통위의 회계검사 결과 방심위의 심각한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5기 정연주 방심위 체제의 주요 간부들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방심위 내부에서도 정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제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우석 방심위원은 지난달 말 발표한 성명에서 "정 위원장은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건강하게 해 여론 건전성에 기여해야 할 본연의 책무를 해태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정 위원장의 조기 해촉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았다. 방통위 측은 이번 검사 결과의 후속 조치에 대해 "자체 감사 기준에 따라 경고까지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며 "상임위원 해촉 등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엄중 경고' 수준의 방통위 회계검사 결과만으로는 해촉의 근거가 부족한 만큼, 향후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방통위는 회계검사 결과에 대해 방심위 고위층에 엄중 경고하고 업무추진비를 부당 집행한 전 부속실장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으며, 특히 전 부속실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수사 참고 자료로 송부했다. 검찰의 수사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