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으로 연간 가계 통신비가 2조2800억원 절감됐지만, 중소사업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25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올해 알뜰폰 가입자 1000만 시대가 열렸지만, 중소 사업자들은 울상이다. 이통사가 저가 요금제를 확대하는 가운데, 망 도매대가 사전규제 일몰 및 전파사용료 부과 등으로 알뜰폰의 비용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가계 통신비 인하 일등공신인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이통3사의 월평균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3만5000원, 알뜰폰은 1만6000원을 기록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약 1만9000원을 절감한 셈인데, 이를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에 적용하면 연간 2조2800억원을 아낀 셈이 된다. 알뜰폰 업계는 외형 성장을 넘어 질적 제고를 위해 금융범죄 방지 및 고객센터 개선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엔 협회 회원사 18곳이 총 425억원을 투자했다.
이 외에도 알뜰폰 업계엔 숙제가 산적했다. 올해부터 중소사업자에 전파사용료가 부과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입자 1인당 약 4500원의 전파사용료가 올해 20%, 내년 50%, 2027년 100% 부과된다. ISMS 인증, 개통시 안면인식 등 새로운 규제 비용도 생겼다.
황성욱 협회 부회장은 "알뜰폰은 이통사가 정한 소비자 요금을 도매가로 구매하는데, 소비자 요금엔 이통사가 납부할 전파사용료가 포함돼 있다"며 "알뜰폰 업체에 전파사용료를 부과하는 건 중복 과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알뜰폰 사업이 1.5% 적자를 기록했는데, 전파사용료 100% 부담시 적자 규모는 3.9%로 확대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알뜰폰 업계가 우려하는 건 지난 3월 망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사라지면서 가격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망 도매대가란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의 망을 빌려 쓰는 대신 지불하는 비용이다. 원가인 도매대가가 낮아질수록 알뜰폰 사업자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힘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이통사와 협상을 벌여 도매대가를 인하해왔으나, 해당 제도가 일몰되면서 올해부턴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와 개별 협상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통사는 저렴한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SK텔레콤이 출시한 자급제 전용 통신요금제 '에어'는 알뜰폰 업계를 위협한다. 월 7GB(월 2만9000원) 요금제는 동일 데이터 기준 월 1만5000~1만6000원인 알뜰폰 요금제보단 비싸지만, 각종 포인트 혜택을 더하면 체감가가 500원으로 내려간다.
황 부회장은 "알뜰폰 사업자가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T와 자율협상을 해야 하는데, SKT가 거절하면 도매대가 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가 저가 공세를 하면 알뜰폰 사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 알뜰폰 가입자가 외형성장을 했지만 경영 환경은 악재가 잇따랐다. 전파사용료 면제 등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