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게임을 즐기기 위해 콘솔 게임기와 노트북의 가격을 비교하다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우선 중고나 기존에 나온 구버전 콘솔을 저렴하게 구입해보려고 했으나 신제품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다. 지난해 출시된 노트북은 100만원 중후반대에 살 수 있었으나 사양이 낮아 최신 게임을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고사양의 노트북 가격은 두배 가까이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AI 열풍에 글로벌 DRAM(디램)이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쏠린 '나비효과'로 노트북과 콘솔 게임기 가격이 치솟았다. 게임기 출시가 연기되거나 가격 인상 우려도 이어진다. 올해 국내외 게임사들이 굵직한 신작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게이머들은 '비싼 취미'가 돼 울상이다.
14일 PC 부품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16GB DDR5 램 가격은 최저가 기준 지난해 1월 5만~6만원대에서 이달 초 30만원대까지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공개한 최신 메모리 산업 설문조사에선 올해 1분기 범용 디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90~9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콘솔 게임도 반도체 공급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소니는 램 가격 상승을 이유로 당초 내년 하반기 목표였던 차세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6' 출시 연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새로운 X박스 시리즈 콘솔을 준비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르면 내년 선보일 예정이었던 차세대 게임기 출시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조치는 급격하게 뛴 램 가격을 감당하려면 결국 콘솔 판매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이럴 경우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램 가격이 내려가는 사이클까지 기다렸다가 콘솔 제조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출시된 게임기도 가격 상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 2'는 최근 커진 제조원가 상승 압박으로 인해 생산 차질뿐만 아니라 소매가격 인상 우려가 커졌다. 블룸버그는 메모리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 2의 소매 가격을 15%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 지난 5일 슌타로 후루카와 닌텐도 대표는 메모리 가격 인상과 관련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하드웨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경우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 대응 방안을 판단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스위치2의 국내 출고가는 65만원 수준이지만 기기와 개별 게임 타이틀, 액세서리를 포함하면 80만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출시 직후에는 품귀 현상으로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겠다는 행렬이 이어졌다. 현재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신제품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50만원대 중반에서 가격이 형성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인상으로 스위치 등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콘솔 게임 입문 비용으로만 100만원을 넘게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