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설 연휴 새벽, 부산의 한 귀금속점에 40대 남성이 훔친 활어차로 철문을 들이받고 침입해 3분 만에 700여만원어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그는 경찰에서 "금값이 비싸 귀금속점을 털면 채무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연휴 기간 전주와 인천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손님을 가장해 금팔찌와 금목걸이를 들고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들 역시 "금값이 올라 생활비로 쓰려 했다"고 진술했다. 설 연휴 며칠 사이 전국 곳곳에서 귀금속점 절도가 발생한 것이다.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국내 순금 1돈(3.75g) 가격은 지난 1월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1년 전 50만원대였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절도 범죄도 다시 증가세다. 24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국내 절도 범죄는 2021년 16만6251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증가세로 돌아서 2024년 18만3534건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약 10% 늘었다. 절도 범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금값 급등이 겹치며 고가 물품을 취급하는 귀금속점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보석상 보안협회(JSA)에 따르면 2024년 미국 귀금속점 범죄 피해액은 1억4250만달러(약 2053억원)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기존 보안 시스템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범죄는 영업 중 손님을 가장해 순식간에 귀금속을 들고 달아나거나, 심야에는 차량으로 출입문을 들이받고 침입하는 등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 녹화 중심의 CCTV나 적외선 센서만으로는 사전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금값 급등기에는 고가 상품을 취급하는 업종의 물리 보안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영상 분석 고도화와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 AI 기반 보안 솔루션 도입도 늘고 있다. 에스원에 따르면 귀금속점 신규 보안 계약은 올해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기존 고객 가운데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한 수요는 같은 기간 180% 늘었다.
에스원의 SVMS(스마트 영상 관리 시스템)는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매장 앞 반복 배회, 출입 제한 구역 진입 등 이상 행동을 감지하면 점주 스마트폰으로 즉시 알림을 보낸다. 사후 확인 중심이었던 기존 CCTV와 달리 선제 대응이 목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브랜드금거래소는 주변에서 영업시간 중 절도 사건이 잇따르자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장 관계자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바로 알림이 와 대응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야 침입에 대비한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초광대역(UWB) 감지기는 벽이나 장애물 너머 움직임까지 탐지하는 레이더 방식 센서다. 진열대나 쇼케이스 뒤에 숨어 있는 침입자까지 감지할 수 있다. 유리파손 감지기와 연동해 출입문이나 쇼케이스가 파손될 경우 즉시 경보가 작동한다.
종로 귀금속거리에서 영업중인 아우라골드나라는 기존 적외선 센서에 더해 UWB 감지기를 설치했다. 매장 관계자는 "금 시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보안 공백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 두나미스쥬얼리는 쇼케이스에 유리파손 감지기를 설치해 초동 대응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금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 번의 도난으로 많게는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에스원은 무인보안 서비스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도난·화재 피해 시 보상 한도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하는 보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잠실 에이유선물금거래소는 금값 상승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보상 한도를 증액했다. 매장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어 대비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귀금속점 보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한 보안 업계 관계자는 "금 시세 변동과 범죄 위험은 일정 부분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며 "점주들이 비용 부담과 보안 효과를 함께 따져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