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 국가 R&D 예산안, AI가 훑는다…모델은 업스테이지 '솔라'

박건희 기자
2026.05.11 15:06

혁신본부, 내년도 주요 R&D 예산안 심의에 AI 도입
업스테이지 '독파모' 모델 '솔라' 투입
각 부처 R&D 사업 중복·유사성 검토 효율화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내년 국가 R&D(연구·개발) 예산 심의·배분 과정에 AI가 처음 도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독파모)으로 개발된 업스테이지의 AI 모델이 채택됐다. 사업 간 유사성 검토 등 오랜 시간이 걸리던 심사 과정을 대폭 효율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내 AI 기업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100B' 모델을 2027년도 국가 주요 R&D 사업 심의에 투입한다. 혁신본부가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10여개 AI 모델을 대상으로 적합성을 검토한 결과다.

솔라 오픈 100B는 '독파모 프로젝트' 정예팀 중 한 곳인 업스테이지가 해당 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한국형 AI 모델이다. 매개변수가 약 1000억개인 모델로, 1조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가진 오픈AI 'GPT-4' 등 해외 모델보다 경량화했다. 매개변수가 적을수록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컴퓨팅 자원을 아낄 수 있다.

혁신본부가 첫 '예산 심의 특화 AI'로 솔라 모델을 택한 건 이런 특징 때문이다. 혁신본부 관계자는 "GPU 자원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벤치마크 수준이 높은 모델을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국가 R&D 예산과 관련한 민감 데이터를 학습하는 만큼 해외 모델이 아닌 국산 모델을 먼저 고려했다. 그중에서도 정부 사업을 통해 개발된 '국가대표 모델'을 실제 현장에 투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5년치' R&D 예산 데이터 총망라… 사업 중복성·유사성 빠르게 잡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참석하며 업스테이지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AI 모델은 지난 5년간 축적된 국가 R&D 예산 관련 데이터를 학습했다. 모든 부처의 R&D 사업을 총망라한 데이터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한 번에 훑어 지난 사업과의 유사성·중복성을 조사하고, 그 결괏값을 보여준다. 의견서 초안도 AI가 작성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속 기술 분야별 전문위원 약 200명과 기획평가 전문 연구인력은 이를 바탕으로 각 부처가 제출한 차년도 R&D 사업 기획의 적정성·예산 규모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게 된다. 지난 문서를 일일이 찾아보는 데 투입하던 시간을 전문적인 논의에 쓸 수 있게 된다.

혁신본부 관계자는 "그간 하나당 수백장에 달하는 사업기획서를 한 사람이 적으면 50개, 많으면 200개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구조였다"며 "검토 시간의 약 70~80%가 지난 사업과의 중복성·유사성을 조사하는 데 투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만 줄여도 사업 검토 수준과 의견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혁신본부와 개발을 주도한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초거대AI연구센터 관계자는 "국가 예산을 다루는 만큼 정확한 숫자 데이터가 가장 중요했다"며 "단순한 문서 검색 같은 기존 AI 방법론이 아닌 새로운 학습 기술을 고안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예방했다"고 했다. 공문서에서 쓰는 아래아한글(HWP) 포맷도 난관이었다. AI는 일반적으로 HWP 파일을 한 번에 시각화하지 못한다. 단순 텍스트가 아닌 각종 표, 도형, 화살표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HWP 파일 속 정보를 개발자들이 하나하나 뜯어내 다시 데이터화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많은 사람이 수개월 간 밤을 지새워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했다.

실제 AI 개발에 들인 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1월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이달부터 각 전문위원에게 제공한다. 이처럼 개발 일정이 촉박했던 건 차년도 주요 R&D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법정 기한이 매년 6월 30일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 3월 수립한 투자 방향에 따라 '과학기술과 AI로 모든 국민이 누리는 혁신성과 창출'을 목표로 낭비 요인은 철저히 차단하고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빠르게 확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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