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배차 DNA, 로봇으로…카카오모빌리티, 다음은 '로봇 플랫폼'

김평화 기자
2026.05.13 11:10
카카오모빌리티·오토노머스에이투지 자율주행 시승.

호텔 객실에 수건 배송 요청이 들어온다. 플랫폼은 곧장 특정 로봇에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대기 중인 로봇의 위치, 배터리 잔량, 현재 수행 중인 작업을 먼저 훑는다. 그 다음 가장 적합한 로봇을 골라 업무를 배정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에서 다듬은 방식 그대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로봇 플랫폼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로봇을 직접 만드는 대신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배정·제어하는 운영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KM 오토노머스 에이전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핵심은 로봇 하드웨어가 아니다. 호텔, 병원, 물류창고 등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도록 업무를 나누고 상태를 추적하며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운영 체계, '로봇 오케스트레이션'이다. 배송 로봇, 청소 로봇, 무인지게차, 나아가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한 로봇의 움직임을 지휘자처럼 조율한다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꺼낸 핵심 카드는 '배정 알고리즘'이다. 택시 호출에서 가용 차량을 찾아 최적의 택시를 배정하던 방식을 로봇 운영에 그대로 적용했다.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플랫폼은 이를 '태스크' 단위로 쪼갠다. 목적지, 행동 유형, 인증번호, 대기 시간, 고객 안내 화면과 음성까지 함께 정의한다. 이후 현재 대기 중인 로봇의 위치와 배터리 잔량,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종합해 최적 로봇을 자동 배정한다. 사람이 직접 지시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겨냥한 시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운영 소프트웨어다. 로봇 산업은 그동안 더 정교한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여러 대의 로봇이 현장에 들어오면 문제가 달라진다. 로봇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보다 서로 충돌하지 않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기존 업무 시스템과 연결돼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현재 로봇 제조사마다 운영체제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다르다. 호텔, 병원, 창고마다 업무 방식도 제각각이다. 플랫폼이 이를 표준화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로봇마다 별도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표준 연동 규격을 통해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을 하나의 플랫폼에 묶겠다는 구상이다. 로봇 제조사는 명령 수신과 상태 보고 체계만 구현하면 된다. 복잡한 룸서비스나 병원 약 배송 시나리오를 제조사가 직접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호텔과 병원 현장에서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신라스테이 서초점을 꼽았다. 이 호텔에서는 기존에 고객이 전화로 룸서비스를 주문하거나 특정 시간대에는 직접 픽업해야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QR 주문과 배송 로봇을 함께 도입한 이후, 룸서비스 매출이 약 3배 늘었다. 현재 10곳이 넘는 호텔에서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로봇이 호텔과 병원에서 실제로 움직이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동문과 보안문을 통과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건물 인프라 제어권도 플랫폼이 직접 갖는 구조를 제시했다.

기존에는 로봇 제조사별로 엘리베이터, 출입문과 각각 연동해야 했다. 로봇이 다섯 종류라면 엘리베이터 입장에서는 다섯 번의 연동이 필요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을 쓰면 제조사는 한 번만 연동하면 된다. 플랫폼이 엘리베이터 호출, 문 개방, 이동 상태 모니터링을 직접 맡는다. 로봇과 엘리베이터가 직접 연결되는 기존 구조에서는 장애 원인 파악이 어렵지만, 플랫폼이 제어권을 가지면 이동 과정과 장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오두용 카카오모빌리티 로봇 개발 리더는 "이기종 로봇 연동 API를 통해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개방형 협력을 주도하고, 로봇 서비스 생태계의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