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있는 지방으로 분산?…인력도, 고객도 '확보' 어렵다

김평화 기자, 유효송 기자
2026.05.19 04:10

[MT리포트 - 데이터센터 '삼중고'] ②

[편집자주]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전력·제도·입법 삼중고에 빠졌다. 데이터센터 전력 신청의 71%가 수도권에 몰렸지만,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짓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해당 심사는 법정 고시도 없이 2년째 시범 운영 중이다. 지방엔 임차인·자금 구조라는 또 다른 벽이 둘러섰다. AIDC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이 하루 단위로 벌어지는 사이, 겹겹의 공백만 드러내는 한국의 데이터센터 정책의 현실을 파헤쳐본다.
전력계통영향평가/그래픽=김현정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정부의 시선이 지방으로 향하지만 일각에선 "전력만 보고 움직일 순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력문제를 피해 지방으로 가더라도 대형 임차인 확보, 고객 접근성, 데이터 전송지연(레이턴시), 운영인력 수급 등 또다른 현실장벽에 막혀서다.

18일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 자료를 보면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드러난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을 위한 1차 기술검토 신청건수는 수도권 522건, 비수도권 214건으로 전체의 71%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 신청 전력량은 3만3591㎿(메가와트)로 최신 대형원전(APR1400) 약 24기를 가동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심사결과는 정반대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청사업 522건 중 279건(53.4%)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다. 전국 총 공급불가 306건 중 수도권 비율이 91.2%에 달한다. 본심사에서도 수도권은 24건 중 10건만 통과했다. 신청의 절반 이상이 첫 관문인 기술검토에서 걸러지고 본심사에 올라도 절반 이상이 떨어지면서 수도권 신청사업자의 성공률은 1.9%에 그친 셈이다.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 짓겠다는 신청이 줄을 잇지만 정작 전력망은 이를 받아낼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비수도권, 전력만큼은 확실히 유리

비수도권의 사정은 다르다. 같은 자료에서 비수도권 1차 기술검토 결과 공급가능은 187건, 공급불가는 27건으로 공급불가 비중이 12.6%에 그쳤다. 본심사에서도 52건 중 미통과는 3건(5.8%)뿐이었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전력수급 측면에서 지방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실제 개발사례도 있다.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는 경북 구미 옛 삼성전자 1사업장 부지에 4273억원을 투자해 60㎿ 규모의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2029년 운영이 목표다.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는 삼성SDS 컨소시엄(네이버클라우드·카카오·KT·삼성물산 등)이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자로 최종 확정돼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센터를 올 3분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SDS는 자사 GPU(그래픽처리장치)서비스(GPUaaS) 수요를 스스로 채울 수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정부와 대형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수요를 보증한다. 지방에서도 사업이 굴러간 것은 전력여건 때문이 아니다. 대형 앵커가 먼저 붙어서다.

"임차인 없으면 PF도 없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패는 누가 입주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 같은 '앵커 임차인' 확보여부에 따라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부터 금리조달, 임차료 협상력까지 크게 달라진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대주단들이 데이터센터 자체를 선호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임차인이 들어오느냐"라며 "대기업 임차인이 확정되면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해지고 사업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수요는 여전히 수도권에 몰렸다. AI 추론 서비스나 콘텐츠 전송, 금융·플랫폼 서비스처럼 레이턴시에 민감한 서비스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서버를 둘수록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10㎿ 이하 소규모 분산센터를 통칭해 '에지 데이터센터'라고 부르는데 이 수요 역시 수도권에 몰린다. 한 데이터센터 개발전문가는 "마더 데이터센터의 전처리를 빠르게 해야 하는 특성상 고객 가까이에 있어야 유리하다"고 했다. 지방은 전력은 있어도 당장 채워넣을 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운영부담도 만만찮다.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다. 유지보수와 장애대응 속도가 사업성과 직결된다. 수도권보다 인력수급이 어려운 지방에선 부담이다.

위탁운영도 쉽지 않다. KT클라우드, LG유플러스, LG씨엔에스 등 전문 운영사들은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는 소규모 센터는 수임을 꺼린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센터를 제대로 맡아줄 수 있는 전문운영사가 국내에 몇 곳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분산은 수도권 전력난의 출구가 될 수 있지만 확실한 해법으로 보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확보한 뒤에도 자금과 임차인, 운영구조까지 모두 맞아야 사업이 굴러간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전문가는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확보한 뒤에도 자금 조달, 임차인 확보, 운영 구조까지 모두 맞아야 돌아가는 사업"이라며 "임차인이 없으면 PF 구성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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