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세 번째 발사 끝에 실용위성들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이로써 자력으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 반열에 올랐다. 2021년 1차 발사 실패 이후 2·3차 발사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한국 우주산업이 본격적인 민간 우주 시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굉음과 함께 힘차게 솟구쳤다. 연소가스 온도는 섭씨 3500도, 압력도 대기압의 60배까지 치솟았다. 발사대 보호를 위해 초당 1.8톤의 냉각수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누리호는 발사 125초 만에 고도 66㎞에 다다라 1단을 분리했다. 이어 위성을 감싼 덮개인 페어링과 2단을 차례로 떨어뜨린 누리호는 이때부터 3단으로만 비행을 시작했다.
실용위성 8기가 실린 3단은 발사 약 780초 만에 고도 550㎞에 도달,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분리했다. 이후 20초 간격으로 부탑재 위성 7기를 차례로 분리했다. 누리호는 위성 간 충돌을 막기 위해 1초마다 자세를 조금씩 바꾸며 분리를 진행했다. 1138초 만에 비행을 마친 누리호는 남은 연료를 모두 배출하고 우주를 떠돌다 대기권에 진입하며 소멸했다.
부탑재 위성 7기 가운데 6기는 위성신호를 잡았지만, 도요샛 3호 '다솔'만 사출에 실패했다.
2010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누리호는 1.5톤 위성을 싣고 600㎞∼800㎞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발사체다.
한국이 누리호로 우주에 실용위성을 띄운 건 3차 발사가 처음이다. 지금껏 두 차례 누리호를 발사했지만 실용위성을 우주에 수송한 이력은 없었다.
2021년 1차 발사에서는 궤도에 오르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3단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꺼져 탑재체(모형 위성)를 궤도에 투입하지 못했다. 2022년 2차 발사에서는 비행과 위성의 궤도 안착까지 성공했고, 3차 발사에서는 '고객(위성)'이 원하는 시간과 위치에 '운반'할 수 있는 기술력을 증명했다. 누리호 상용화 가능성을 연 셈이다.
그동안 한국은 자체 발사체가 없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러시아 등 선진국에 의존해야 했다. 2013년 날아오른 '나로호' 추진체도 러시아 발사체였다. 하지만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 우주산업은 날개를 달게 됐다. 자력으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유럽우주국(ESA) 등 7개국뿐이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국방부·방위사업청 등은 2030년까지 국내 민간기업과 협업해 위성 80기를 개발하는 데 누리호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종호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해 자주적인 국가 우주개발 역량을 갖췄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최초로 발사 운용 등에 참여해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에도 성공했다. 4차 발사는 2년 전보다 완벽했다. 누리호는 발사 122초 만에 고도 65.7㎞에서 1단을 분리했다. 위성을 감싼 페어링과 2단을 분리한 뒤 차세대 중형위성 3호(차중 3호)를 포함해 위성 13기를 정상적으로 사출했다.
차중 3호는 남극세종기지 지상국, 대전 항우연 지상국, 그리고 노르웨이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상국 등 총 세 곳에서 모두 교신에 성공했다. 부탑재 위성 12기 역시 모두 지상국과 교신을 완료했다.
특히 4차 발사는 앞선 1~3차와 달리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 및 조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 생산 체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는 평가다.
한국은 올해 3분기(7~9월) 5차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번 5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초소형 군집위성 5기와 부탑재 위성 10기 등 총 15기의 위성을 싣고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5차 발사가 성공하면 국내 위성 사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누리호 사업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등 국내 민간기업 300여 곳이 참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