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고속도로 외치지만…막혀있는 '진입로'

김평화 기자
2026.05.26 04:00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3월 'AI 고속도로 구축 본격화'를 선언하며 GPU(그래픽처리장치) 추가 확보와 AI 컴퓨팅 자원 공급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진입로가 막혀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서도 전력계통영향평가 단계에서 '공급 불가'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른다. 최근 접수된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건수 총 736건 중 522건은 수도권이다. 그런데 본심사에서 58.3%가 탈락했다. 수도권 전력망이 신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GPU는 확보하는데, 그 GPU를 돌릴 공간은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언은 넘쳐나는데, 인프라는 제자리다.

더 큰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는 도입된 지 2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법정 고시 없이 시범운영 중이다.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어느 지역까지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모두 안갯속이다. 기업들은 확정되지 않은 기준 아래 수천억 원짜리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업 검토 단계부터 예측이 불가능하니 투자를 멈추거나 늦추는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구조다. 고시 제정이 언제 마무리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수도권 전력망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는 현실은 이해할 만하다. 송전망 확충도, 주민 수용성도 얽혀 있어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을 아무 정보 없이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 어느 지역에 전력 여유가 있는지, 어떤 조건이면 공급이 가능한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과 정보는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

'AI 주권'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서버는 멈춘다. 서울 도심 도로처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어디가 막혔는지, 어느 진입로부터 손봐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다. 고속도로를 먼저 외치기 전에 차가 올라설 진입로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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