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선물"…젠슨 황이 밝힌 서울 AI 연구센터, 어떻게 꾸려질까?

김소연 기자
2026.06.11 07:30

젠슨 황, 이번 방한에서 배경훈 과기정통부 부총리와 만나 연내 R&D 센터 개소 방침 밝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박 5일간의 방한을 마치고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에 선물을 가져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방한에서 꺼내든 선물은 최신 AI 칩만이 아니다. 그는 서울에 AI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한국을 글로벌 AI 연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황 CEO는 지난 5일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한국 R&D센터 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8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회동에서는 엔비디아 R&D 센터를 올해 안에 설립하겠다고 시기를 확정했다.

실제 10일 현재 엔비디아 채용 홈페이지에는 서울 근무를 전제로 한 정규직 채용 공고가 다수 올라와 있다. AI 기술 솔루션 아키텍트, 반도체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등 연구·기술 직군이 중심이다.

특히 일부 직무는 국내 대학과 기업의 AI 연구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조직과 협력해 기술 교류를 지원하는 역할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 영업 조직이 아니라 국내 AI 생태계와 직접 협업하는 연구 조직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채용 공고. 직무에 엔비디아 AI 연구소에서 한국 AI 모델 구축 대학이나 기업 관계자들과 기술 교류를 하게 된다고 적혀있다./사진=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업계에서는 서울 R&D센터가 피지컬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 등 피지컬 AI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실제 채용공고에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3D 맵 엔지니어 등이 다수 포함됐다.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내내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기술인데, 이를 구현하려면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중요하다.

한국이 보유한 자동차, 조선, 반도체, 배터리, 스마트팩토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이 큰 도움이 된다. 이번 방한에서 그는 현대차, 삼성전자, SK, LG그룹 총수들을 만나 AI 협력을 위한 신뢰를 쌓았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미국, 싱가포르, 영국, 대만에 이어 한국을 피지컬 AI R&D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국 R&D 연구소 설립을 통해 한국을 엔비디아 피지컬 AI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함께 파트너로 성장하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엔비디아는 판매 조직과 연구 조직을 명확히 구분하고, R&D 센터도 소수 국가에만 설립했다.

이번 유치까지 정부 역할도 컸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R&D 센터 국내 설립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인재 육성, 연구개발 협력, AI 컴퓨팅 인프라 활용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됐다. 이 같은 사전 작업을 거쳐 이번 방한에서 황 CEO와 배경훈 부총리가 R&D 센터 연내 구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IT업계는 연구소 설립이 인재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국내 AI 인재 상당수가 미국 빅테크나 해외 연구기관으로 이동했지만,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기업이 국내 연구거점을 구축하면 한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에 엔비디아가 R&D 센터를 한국에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글로벌 연구거점이 생기는 만큼 우리 대학이나 기업들의 가치, 역량이 증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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