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소문난 잔치가 되려면[투데이 窓/소윤권]

토큰증권, 소문난 잔치가 되려면[투데이 窓/소윤권]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6.06.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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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토큰에도 기업공개 준하는 규제
규모 비해 큰 비용 발생하면 시장 위축
주식·벤처지분 등 투자영역 다양해져야

STO(Security Token Offering) 제도의 본격 시행이 예정된 2027년 1월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토큰증권 관련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세부 시행령 마련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관심과 기대 또한 빠르게 커지고 있다. 부동산 수익권, 음악 저작권, 미술품, 선박, 탄소배출권, 재생에너지 발전수익권 등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증권사와 플랫폼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STO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에는 거액의 자본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었던 자산을 소액으로 나누어 누구나 투자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투자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STO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는 새로운 실험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현재 추진 중인 상당수 STO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아니라 제도와 비용 문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증권 발행 체계를 STO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경향이다. 수십억 원 규모의 소규모 자산 토큰화 사업에도 기업공개(IPO)에 준하는 절차와 비용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신고서 작성, 법률 검토, 회계 검증, 발행 및 유통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단독주택을 짓는데 초고층 빌딩과 같은 허가 절차를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투자자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모든 STO를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상장기업 IPO와 태양광 발전소 수익권 STO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위험도도 다르고 투자 목적도 다른데, 동일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규제가 시장을 질식시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제정되고 있는 시행령과 세부 규정들이 중요하다. 발행 규모별 차등 규제, 간소화된 신고 절차, 표준 공시 체계, 소액 공모 특례 확대 등이 현실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일정 규모 이하의 STO에 대해서는 간이 신고 제도를 적용하고 표준 계약서와 공시 양식을 제공한다면 발행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정교한 제도 설계를 통해 충분히 함께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시장의 크기다.

현재 STO 시장에서 논의되는 자산은 대부분 조각투자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이것만으로 거대한 자본시장을 만들기는 어렵다. 거래가 활발해지려면 더 많은 자산과 더 큰 시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의 토큰화 논의를 주목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유통하는 프로젝트들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역시 장기적으로는 상장주식을 필두로 비상장주식, 벤처기업 지분, 다양한 금융상품까지 토큰화 영역을 확대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 STO의 성공 여부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달려 있다. 아무리 훌륭한 거래 플랫폼과 제도를 갖추더라도 거래할 자산이 부족하면 시장은 커질 수 없다. 소문난 잔치가 되려면 잔치의 목적과 무관하게 일단 손님이 많이 와야 한다. 손님을 많이 부르려면 무엇보다 잔칫상 위에 먹을 것이 풍성해야 한다. 음식이 적으면 아무리 소문이 커도 잔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STO 시장도 마찬가지다. 발행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투자자가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산이 공급되어야 한다. 이제 막 태어나려는 STO 시장이 초상집이 될지, 잔치집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소문난 잔치는 소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기꺼이 찾아오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풍성한 잔칫상을 차리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일이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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