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니까 고(려)대 라인 아니면 경기 못 뛰더라고요. 그래서 수능봐서 고대 가려고 대치동에서 학원다니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국내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국가 대표 선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자 리오넬 메시가 "학원에서 공부 못한다고 애들이 놀려서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1년 후 호날두는 '고대(고조선대)' 입시에 성공한다.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에 받아달라고 전화하지만 '고조선대'라 거부당한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장면이 SNS(소셜미디어)에선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다.
6월30일 조기 탈락한 홍명보 전 감독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8명이 입국했다. 한국의 월드컵은 끝났지만, 누리꾼들은 아직 월드컵을 보내지 못했다. 32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AI 콘텐츠로 승화해 달래는 '디지털 한풀이'를 지속한다. 앞서 언급한 유튜버 '피까축'의 숏폼 동영상을 비롯해 수많은 AI 활용 밈과 콘텐츠가 온라인 상에 회자되고 공감을 받으며 퍼져나간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32강 진출 실패가 역대급 'AI 콘텐츠 축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기존에도 패러디와 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는 있었다. 그러나 4년 전 월드컵에는 없었던 생성형 AI가 이번 월드컵에서 패러디와 밈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쓰임새도 각양각색이다. AI의 빅데이터 검색으로 홍명보 전 감독의 과거 발언, 축구협회 감독 선임 논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경기 운용과 선수 기용의 부당함을 분석하고, 동영상으로 패러디하는 것도 AI다. 저작권이 걸린 주요 장면은 AI로 재현한다. 최초의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후 3년 간 누리꾼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는데 능숙해진 덕분이다. 오픈A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1700만여명이 챗GPT를 사용해 인구 대비 구독률 1위 국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AI 활용 콘텐츠물을 접한 이들의 1인 크리에이터 변신이 본격화할지도 관심사다. AI 영상미디어 테크기업인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권한슬 대표는 "과거엔 짜깁기, 편집 등으로 패러디를 했는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제작 속도가 빨라지다보니 양이 늘고 파급력도 커졌다"면서 "다만 밈은 아직 장난일 뿐이고, 이를 통해 AI 도구에 익숙해진 이들이 창작력을 발휘하면 1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