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가 동일 콘텐츠를 계열 내 여러 채널에 반복 편성한 뒤 묶음으로 거래하는 구조가 유료방송사의 콘텐츠 대가 부담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성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MPP 9개사·43개 채널의 193개 채널 조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MPP는 CJ ENM, 지상파방송 사업자 등 여러 개 채널을 지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말한다.
발표에 따르면 동일 법인이 운영하는 채널은 최고 98%의 콘텐츠가 중복됐다. 유 교수는 "중복편성은 복수 채널이 협상 테이블에 하나의 묶음으로 올라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MPP에게 프로그램 사용 대가를 지불하고 채널을 송출한다. 수익은 시청자가 지불하는 시청료에서 나온다.
문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MPP 간 프로그램 사용 대가 협상은 주력 채널 1~2개에 좌우되다 보니, 중복 콘텐츠만 송출되는 채널에도 별도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점이다. 일종의 '끼워팔기'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매출의 대부분을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한다. 한국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2024년 유료방송사업자는 총수신료의 90.2%를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했다. 유 교수는 "중복 채널이 한정된 콘텐츠 사용료 재원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끼워팔기 제재 수단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3단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단계는 MPP가 채널별 개별 계약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채널 종료의 별도 사유로 인정하도록 기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것이다.
2단계는 끼워팔기 금지 조항의 해석·적용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계약서상 채널이 분리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협상 과정에서 채널별 개별 계약이 가능한지, 채널별 대가가 시청점유율 등 성과지표에 대응하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중복편성을 검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보 기반을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규제기관이 중복편성률과 실질 채널 수를 정기적으로 공표하고 이를 PP 평가 기준이나 콘텐츠 대가 산정의 주요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PP는 등록·신고 사업자지만 유료방송사는 허가 사업자이다 보니 '강제력의 비대칭'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가이드라인 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