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전자파 99.9% 차단·스텔스 기능' 초박막 소재 개발

박건희 기자
2026.08.19 16:39

한국재료연구원 융·복합재료연구본부

탄소나노튜브 섬유·맥신 하이브리드 필름의 적외선 스텔스 성능을 보여주는 그림. 고온의 비행기 모형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이다. 하이브리드 필름을 덮은 부분은 적외선 방출이 억제돼 배경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사진=한국재료연구원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분의 1인 두께이지만 고강도 강철에 버금가는 강도로 전자파를 99.9% 차단하는 복합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19일 한국재료연구원은 김태훈 융·복합재료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전자파 차폐와 스텔스(Stealth·적외선 탐지 장비에 포착되지 않는 기술)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 초박막 필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 하이브리드 머터리얼즈'에 지난 5일 온라인 게재됐다.

현대 무기 체계와 전자 기기는 가볍고 유연한 차폐 소재를 필요로 한다. 아울러 적외선을 탐지하고 전자파는 차단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무겁고 부식에 취약한 금속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가 등장했지만, 탄소나노튜브는 실 형태여서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 어려운데다 적외선 방출이 높아 스텔스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다. 맥신(MXene)의 경우 적외선 방출이 적어 스텔스 소재로 활용할 수 있지만, 기계적 강도와 안정성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 섬유와 맥신을 결합해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스텔스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 초박막 복합소재 필름을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 섬유·맥신 하이브리드 필름 제조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 /사진=한국재료연구원

두 소재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건축물의 '벽돌-시멘트' 구조를 따왔다. 벽돌 사이사이 시멘트를 칠해 건물을 쌓듯, 탄소나노튜브를 맥신 용액에 연속적으로 통과시켜 섬유 사이를 맥신이 가득 채우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구조는 탄소나노튜브 섬유 사이의 미끄러짐을 억제해 필름의 강도를 높였다. 동시에 필름 전체에 끊김이 없이 전기가 흐를 수 있는 통로를 형성하는 효과도 있었다. 필름 표면을 덮은 맥신이 적외선 방출을 막아 열화상 카메라 같은 적외선 카메라에도 탐지되지 않는다.

개발된 필름의 두께는 7.5 마이크로미터(μ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면서도 통신·레이더 대역에서 입사하는 전자파의 99.9% 이상을 차단하는 약 90데시벨(dB) 수준의 차폐 성능을 나타냈다. 인장강도는 1.02기가파스칼(GPa)로, 고강도 강철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계적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소재에 대해 "얇고 가벼우면서도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스텔스 기능을 동시에 갖춰 전투기와 무인기, 드론 등 무기체계의 생존성 향상과 항공우주 전자장비 보호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연한 필름 형태로 제작할 수 있어 5G·6G 통신기기와 웨어러블 기기,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차세대 전자제품의 전자파 차폐 소재로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다. 향후 필름 대면적화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탄소나노튜브 섬유 생산 기술과 관련해서도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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