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워도 부실한 알뜰폰 시장…특화요금제 경쟁 가능해야

김훈남 기자
2026.09.09 04:20

[MT리포트 - 알뜰폰 2.0 ] ⑤과도한 경쟁구도 깨려면

[편집자주] 2010년 도입된 알뜰폰의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 사업자는 60개에 육박한다. 15년간 양적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통3사 쏠림과 출혈경쟁, 수익성 악화 등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알뜰폰 2.0' 정책을 내놨으나 시장 반응이 냉랭하다. 알뜰폰 시장의 현황과 정책, 대안을 점검한다.
3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휴대폰 전문점에 알뜰폰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알뜰폰 5G 저가 요금제가 다양해 진다. 기본 데이터를 다 써도 끊김 없이 저속으로 인터넷을 쓰는 ‘데이터 안심옵션’ 요금제 종류도 늘어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민생물가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알뜰폰 2.0'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알뜰폰(MVNO) 시장은 전체 규모 측면에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질적인 성장이 시장 규모를 따라잡고 있는지엔 의문부호가 따른다.

'알뜰폰=값싼 요금제'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출혈 방식의 요금 경쟁만 해 온 결과 시장의 내실은 채우지 못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진단이다. 멀티미디어와 AI(인공지능) 등 고데이터 중심의 소비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가격 경쟁과 더불어 특화 상품 중심의 경쟁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통신시장 경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말 알뜰폰 시장의 소매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9%P(포인트) 커진 8.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가입자 기준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1.1%P 확대된 20%였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수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매출 비중이 절반이 채 안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알뜰폰의 경우 휴대폰 5G(5세대) 회선 대비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낮은 IoT(사물지능통신), 4G 회선 비중이 높아 소매매출액 점유율이 총 가입점유율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영업 성적표에서도 알뜰폰 시장의 질적성장이 더디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4년 업계 전체의 영업손실은 2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알뜰폰 2.0 정책을 발표하며 "절반 이상인 35개사가 가입자 10만명 이하 소규모이고, 가입자 1만명 이하 사업자가 12개사"라며 "27개 사업자가 영업적자"라고 밝혔다. 0원 요금제 같은 저가요금제와 프로모션 등 출혈 경쟁에만 몰두한 결과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알뜰폰 시장의 출혈 경쟁 구도를 깨기 위해선 특화 요금제 중심으로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알뜰폰 정책은 전파 도매가 인하로 저렴한 요금제 인하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특화 요금제를 내는 사업자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정책지원을 고민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초기 알뜰폰 시장이 저렴한 요금제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가입자를 대거 확보했던 것처럼 △멀티미디어 콘텐츠 △OTT(온라인서비스) △시니어 요금제 △외국인·여행객 맞춤형 상품 등 소규모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이끌어 내 차별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조언이다.

또 통신 자회사와 금융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규제 검토를 통해 시장에 '순수' 중소 사업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도매대가 인하나 사용료 감면 같은 정책적 지원에 의존하는 부실업체 지원을 재검토해 업계의 자생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이통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휴대전화는 통화와 메시지 전송을 넘어서 멀티미디어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도구로 발전했다"며 "통신망을 단순히 빌려 재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고객층과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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