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키 네기시 HPE HPC·AI APJ(아시아태평양·일본) 총괄 매니저 겸 부사장이 AI(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의 무게중심이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에서 통합 솔루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HPE(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는 AI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한국을 APJ 핵심 시장으로 보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네기시 부사장은 9일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GPU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비스·네트워크·스토리지를 결합한 솔루션을 원한다"며 "AI 경쟁의 룰이 바뀌었다. 단순히 많은 GPU 확보만으로는 새로운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HPE의 2026 회계연도 3분기(5~7월) 글로벌 클라우드·AI 부문 영업이익률은 1년 전 7%에서 최근 17%로 상승했고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12% 급증했다. 네기시 부사장은 APJ 실적을 공개할 수 없지만 AI 인프라 수요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HPE는 엔비디아와 AI 인프라 전반에서 협력한다. 네기시 부사장은 양사의 관계를 '재료 공급자와 요리사'에 비유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좋은 재료와 레시피를 제공한다면 HPE는 이를 조합해 고객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최종 요리를 만든다"며 "HPE 자체 레시피와 재료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APJ에서 한국은 AI 전반을 아우르는 비전을 갖고 실제 행동에 옮기고 있다"며 "일본도 몇 년 전부터 정부 주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한국은 추진 속도가 더 빠르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산업 기반에 글로벌 메모리 기업을 보유한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HPE가 구축 중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도 대표적인 한국 사업이다. '크레이 슈퍼컴퓨팅 EX4000'에 GPU와 자체 '슬링샷'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결합해 과학기술 연산과 AI를 함께 처리한다.
네기시 부사장은 이처럼 GPU와 다른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GPU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많은 GPU를 확보하는 것은 시작점이지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비스 역량은 향후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전력이나 인프라는 투자와 시간이 주어지면 확장할 수 있지만 서비스는 전문 인력 확보와 교육이 필요해 "결국 사람이 병목이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AI 그리드'의 확산도 예상했다. AI 그리드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전력·냉각 한계에 부딪히면 여러 곳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와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자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AI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네기시 부사장은 "스케일업이 한계에 도달하면 스케일아웃으로 가는 것은 컴퓨팅 산업에서 반복돼 온 흐름"이라고 내다봤다.
HPE는 한국 기업들이 AI 투자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네기시 부사장은 "한국에서 많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AI를 어디에,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