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장기기증인 유가족·생존 시 기증인·이식인' 등 100여명 한 자리에

# 태어나기 전부터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은 이온유군(6)은 1.7㎏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 수술을 받았지만 생후 한 달 반 만에 심부전이 찾아왔다. 좌심실 보조 장치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던 온유는 2023년 한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3년이 지난 지금 힘차게 뛰어다니는 온유는 기증인에게 "천사야, 고마워! 사랑해!"라며 인사를 전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서는 생명을 나눈 기증인과 유가족, 이식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뇌사 장기기증인·사후 각막기증인 유가족과 장기 기증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고(故) 이근정씨의 배우자 장혜임씨(57)는 남편과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을 결정한 순간을 회상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신장을 기증했다.
장씨는 "남편은 제가 굽 높은 구두를 신어 발이 아픈 날이면 슬리퍼를 들고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오곤 했다"며 "비 오는 날이면 김치전을 부쳐두고 가족을 기다리던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처럼 가족을 잃을 기로에 있는 이들을 위해 자녀들과 함께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살린 남편은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했다.

각막기증인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서정민씨(44)도 아버지 고 서채홍씨를 추억했다. 서씨의 아버지는 2018년 세상을 떠나면서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각막을 기증했다. 서씨는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식인분들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년 전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나눈 기증인도 자리를 함께했다. 승인선씨(67)는 1996년 일면식도 없는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이날 '생명나눔 30년 기념패'를 받은 승씨는 "내가 잠깐의 고통을 견디면 누군가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며 "사후 장기기증도 서약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걸으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이식인들도 기증인과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류찬규 목사(59)는 어린 시절부터 유전성 희귀질환인 각막이영양증으로 시력을 잃다가 지난 8월 각막을 이식받아 시력을 회복했다. 류 목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있어 감격스럽다"며 "청소년을 위한 사역을 하며 희망의 빛을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생명을 나눈 이들의 사연과 달리 국내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참여도는 여전히 낮다. 현재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은 전 국민의 3.8%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2025년 장기·인체조직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증자 예우 프로그램 국민 인지도도 11.6%에 그친다. 기증 참여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으로는 '기증자 예우 및 사회적 인정 확대'가 35%로 가장 높아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재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며 타인의 내일을 밝혀준 기증인들은 우리 사회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며 "고통받는 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희망의 안부가 가닿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