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변수 떠오른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대체 뭐길래

박건희 기자
2026.09.17 14:27

우라늄·플루토늄 회수 기술…미국과 10년간 공동연구
2021년 한-미 'JFCS 10년 보고서' 발표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파이로프로세싱 일관 공정 시험시설(PRIDE)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사진은 당시 촬영한 PRIDE 내부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대미 투자 최종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우리 측에 사용후핵연료 사업 투자를 제안하며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다.

핵연료는 원자로 발전에 쓰인 후 완전히 연소돼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다. 연쇄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뿐, 핵심 핵종인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은 여전히 약 90% 남아 있다. 이같은 연료 집합체를 '사용후핵연료'라고 한다.

핵종이 살아있는 만큼 사용후핵연료는 치명적인 방사선을 뿜는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최소 5년 이상 깊은 수조에 담그는 이유다. 이 기간 동안 붕괴열을 식히고 방사선을 차폐한다. 사용후핵연료가 충분히 냉각되면 물에서 꺼내 밀봉용기에 넣고 건식저장시설로 옮긴다. 일반적인 사용후핵연료 저장 방식이다.

반면 사용후핵연료에 남아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잠재적 자원'으로 볼 수도 있다. 핵연료에서 필요한 자원만 추출해 재처리한 뒤 다시 활용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이 대표적이다. 약 500~600°C 이상의 고온 용융염(녹은 소금) 속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은 뒤 전압을 조절해 원하는 물질만 흡착하는 방식이다.

고리 원전 3호기 습식저장시설에 핵분열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봉인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주도했다. 원자력연에 따르면 이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를 연계한 방식으로, 2083년까지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기간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미 투자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한미원자력협정과 미국 주도의 핵비확산 정책에 따라 한국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활용한 재처리 기술이 크게 제한된다. 하지만 2011년 미국과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협정을 맺은 뒤 10년간 '한미 원자력연료주기공동연구'(JFCS)를 수행하며 실질적인 데이터를 쌓았다. 당시 모의 핵연료 시험은 원자력연의 'PRIDE' 시설에서, 실제 사용후핵연료 실험은 미국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물이 2021년 나온 'JFCS 10년 보고서'다. 파이로-SFR 연계시스템이 기술성, 안전성 및 핵비확산성을 갖춘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를 기반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관련 정책을 구축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원자력 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가 필요해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고순도 우라늄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한 핵원료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향후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한편 미국은 이번 대미 투자 협상에서 미국 내 수천 톤(t)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현지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에 한국이 투자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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