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 제조사 에이서 회장이 메모리 업계에서 제기되는 '2027년까지 가격 상승' 전망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다들 재고를 가득 들고 있다"며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도 차세대 제품 양산에 돌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21일 대만 경제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천쥔성 에이서 회장은 19일 '왕도경영과 AI 국제포럼'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해 "없다. 어떻게 계속 부족할 수 있겠느냐"며 "중국의 생산능력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미 공급 부족 문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메모리 계약가격도 현재 고점에서 오르내리는 혼조세라고 진단했다.
천 회장은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2027년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데 대해서도 "많은 업체가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모두 재고를 가득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메모리 업체들을 '가격 파괴자'로 지목하며 계속되는 물량 공급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봤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는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새 플랫폼은 기존 4세대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최소 50% 늘어난다. 이를 적용한 24Gb LPDDR5X 제품 2종도 양산 중이다. 로이터는 이번 기술 진전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경쟁하는 CXMT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 전망은 천 회장의 진단과 차이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인공지능) 서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로 D램 공급 부족이 202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특히 내년에도 D램 수요 증가가 공급 확대를 웃돌면서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별 수급 상황도 다르다. 천 회장은 LPDDR5와 DDR5-9600 등 일부 고성능 메모리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지만 DDR4 등은 "파는 사람은 많고 사는 사람은 적다"고 말했다. DDR4는 주로 구형 PC·서버 등에 쓰이는 이전 세대 D램인 반면 DDR5는 최신 PC와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은 고성능 제품이다. CPU(중앙처리장치) 역시 대체로 공급 부족이 없다는 게 천 회장의 설명이다.
수급이 완화된 제품도 있지만 일부 부품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PC 가격 부담은 여전하다. 천 회장은 "고객들이 욕하면서도 물건을 서로 가져가려 한다"며 올해 4분기에도 제품에 따라 판매가격이 5~20%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천 회장은 2027년 1분기까지 PC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지만 반도체 증설 물량이 나오는 내년 중반쯤 부품 가격이 고점을 형성한 뒤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PC 가격 하락은 '희망'일 뿐"이라며 "반전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