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활동으로 지구 환경이 급격히 달라진 시기를 의미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작 기준을 1952년으로 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범순 KAIST(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좌교수(인류세연구센터장)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지구·환경'의 '인류세 논쟁' 특집 편을 통해 이같은 학술적 입장을 내놨다고 16일 밝혔다.
인류세는 인간 활동이 기후, 생태계 등 지구 환경 전반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친 시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지난 20년간 확산한 개념이지만, 시작점을 언제로 정의할 것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이어졌다.
박범순 교수, 얀 잘라시에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 줄리아 애드니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 위르겐 렌 독일 막스플랑크 지구인류학연구소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1952년'을 제안했다.
세계 곳곳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20세기 중반이다. 인간 활동과 지구 환경의 여러 지표가 급격히 변화한 '대가속' 시기와 맞물린다. 도시화·에너지 사용·교통 등 사회경제적 변화와 이산화탄소 농도·해양 산성화·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구 시스템적 변화가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난 시기다.
연구팀은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 활동의 영향이 지구 전체의 안전성을 흔들 만큼 커졌다고 봤다. 비교 대상은 약 1만2000년간 이어진 '홀로세'(Holocene)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시작된 홀로세의 비교적 안정적인 기후와 환경 속에서 인류는 농업과 도시, 문명을 발전시켰다.
박 교수는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를 얼마나 빠르고 크게 바꾸고 있는지 이해하는 공통 언어"라며 "그 의미와 기준을 명확히 하면 지구 환경의 변화를 더 정확히 비교하고, 대응 방향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지질과학연합은 인류세를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오랜 기간 논쟁을 이어왔지만, 2024년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