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재가동 승인으로 국내 전력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050년 폭발하는 에너지 수요로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1000GW(기가와트)를 넘길 수 있다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새 전망이 나온 가운데, 가동을 멈춘 다른 원전에 대해서도 계속운전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속운전은 최초 운영 허가 기간(설계수명)을 넘긴 원전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만족할 경우, 수명을 늘려 계속해서 운전한다는 의미다. 설계수명은 안전과 성능 기준을 만족하며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고리 3·4호기는 각각 1985년 9월 30일, 1986년 4월 29일 최초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설계수명은 40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두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기 1~2년 전인 2023년 11월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는 2023년 5월부터 2026년 9월까지 고리 3·4호기에 대한 안정성 심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심사 중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시점이 도래했고, 고리 3호기는 2024년 9월 28일, 고리 4호기는 2025년 8월 6일 가동을 멈췄다.
고리 3·4호기의 운영 중단 기간이 길어지며 산업계를 중심으로 계속운전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잇따른 폭염으로 국내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에 육박한 데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데이터센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다. 이에 운영을 중단한 원전처럼 비교적 빠르게 공급 가능한 전력원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고리 3·4호기는 설비 용량이 각각 950MW(메가와트)인 대형 원전이다. 2기를 동시 가동하면 최대 1900MW에 이르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전체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약 1700MW)을 거뜬히 감당하는 수준이다. 상업지구, 인프라 등 여러 용도를 합산한 총 전력량(약 5700MW) 기준으로는 약 3분의 1을 공급하는 셈이다.
원전 2기를 가동하면 100MW급 AIDC도 십수개 운영할 수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산업단지 일대에 건설하는 AIDC, GS그룹이 동해시에 건설하는 AIDC 등이 대표적인 100MW급이다.
이와 함께 AIDC 설립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해 2050년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최소 640GW에서 1000GW에 이를 것이란 IAEA의 전망도 나왔다. 2025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규모다.
이날 인천 송도에서 개막한 IAEA 원자력장관회의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 수요자의 지지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원전 확충을 위한) 효과적인 규제, 숙련된 인력,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등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원자력 에너지의 확장) 가능성을 안전하고 책임 있게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함께 답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리 2·3·4호기의 계속운전 승인으로 계속운전 심사를 기다리는 국내 원전은 총 7기가 됐다. 이중 전남광주 영광군 한빛 원전 1·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가 이달 통과한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