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베이징 북동부 순이구에 위치한 북경한미 본사 생산공장. 시럽약을 제조하는 작업장에 들어서자 완성된 약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1분에 약 255병씩 24시간 생산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성인기 북경한미 공장장은 "이 건물 2층에 연산 1억2000만 병 규모의 시럽약 생산 라인을 추가로 설치한다"면서 "올해 9월 완공되면 기존 6000만 병 설비와 함께 전체 생산능력이 1억8000만 병 규모로 3배까지 늘어난다"고 전했다.
한국 한미약품의 자회사인 북경한미는 중국 토종기업들의 성장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DD) 여파 등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흔치 않은 기업이다. 사드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2017년 매출이 전년대비 16%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의약품 판매 기준으로 12%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국 병원 기준 연간 의약품 시장의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 6%의 2배를 넘는다. 작년 매출이 13억7000만 위안(2300억원)으로 한미약품 전체 매출의 35%에 달해 그룹 전체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북경한미의 흔들림 없는 성장의 비결은 우선 탁월한 브랜드 파워다. 1994년 10월 어린이 유산균정장제 '마미아이'의 현지등록을 시작으로 '틈새 시장'인 아동약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아동약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장이다. 중국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불과한 반면, 개발과 임상 난이도는 높고, 원가율 역시 높다. 남들이 꺼려하는 시장에서 20년 이상 매달린 결과 북경한미는 중국내 아동약 브랜드 1위에 올라있다. 대표제품인 마미아이는 매월 230만 갑, 어린이진해거담제 '이탄징'은 매월 280만 병이 팔린다. 임해룡 북경한미 총경리는 "현재 북경한미가 생산하는 18개 약품이 매월 총 1000만 갑 정도가 팔리고 있다"면서 "연간으로 보면 1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북경한미 약품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1000병상 이상의 3급 병원을 주로 공략하는데 반해 그 밑 단계인 300~1000 병상의 2급 병원을 주 타깃으로 삼은 영업전략도 주효했다. 중간상을 통하지 않고 중국 전역의 800명의 직원들이 직접 병원을 찾아 영업을 하고 꾸준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철저한 중국 내 컴플라이언스 준수로 중국 국민들과 정부의 마음을 산 것도 도움이 됐다. 올해 1월 현재 전체 직원 1320명 중 8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중국인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한 것도 경쟁력이다.
1996년 설립된 북경한미가 현재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는 2008년 R&D 센터 설립이다. R&D에서 생산,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 수행이 가능한 중국내 유일한 한국 제약사로 자리매감했고, 활발한 제품 출시는 물론 신약 연구까지 가능하게 됐다. R&D 센터는 5265㎡ 면적에 첨단 R&D 시설을 갖추고, 169명의 R&D 인력(전체 직원의 12.8%)이 근무중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최대 3개까지 신약을 내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북경한미는 아동약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소화기계, 호흡기계 등 성인약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고, 다음 단계로 장기 처방이 이뤄지는 당뇨, 심혈관계, 항암 신약 등으로도 영역을 확장해 세계적인 제약사 대열에 올라선다는 각오다. 시럽약 생산라인 증설과 1억 위안이 투자된 9층 높이의 자동화창고가 올해 완성되면 생산 능력이나 효율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생산 시설 확장에 자리를 내준 본부는 오는 3월 7층 규모의 새 건물로 이사할 예정이다.
임 총경리는 "매년 3~4개 품목 이상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10년 내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해 글로벌 제약사 대열에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