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 받아요"…신종코로나에 진료 기피하는 동네 병원

이강준 기자
2020.02.13 06:00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9일 오후 대전 유성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보건소는 10일부터 보건소 업무를 중단하고 선별진료소 중심으로 운영체제로 전환한다. 2020.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병원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환자들이 늘고있다. 해외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가벼운 기침 증상이 신종 코로나로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일부 병원들은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의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전용 프로그램(ITS)을 통해 환자의 해외방문력이 없어도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A씨는 원래 가벼운 폐렴 증세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오전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지면서 증세가 악화됐다. 집에서만 생활했기에 확진자 접촉도 없었고 해외 출국 이력도 없어 오전 8시30분에 평소 다니던 동네 병원에 갔지만 "보건소로 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급하게 근처 보건소로 갔지만 서대문구 보건소에서는 "선별 진료 대상이 아니니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라"며 A씨를 돌려보냈다. 결국 A씨는 보건소와 병원을 전전하다 4시간 뒤 정오가 되서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A씨의 보호자인 남편은 "새벽부터 숨쉬기 곤란해하고 구토 증세까지 보여 응급실을 돌아다녔는데 모두가 떠넘기느라 바빴다"며 "정부가 신종 코로나 관리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병원들이 환자를 내팽겨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느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SNS를 통해서도 진료거부를 당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국내 항공사의 승무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호흡기 질환과 상관 없는) 정형외과에 가려고 병원에 문의 전화를 했는데 진료를 거절했다"며 "승무원인 게 죄인가"라고 적었다. 다른 승무원은 "중국 퀵턴(당일 왕복비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치과에서 진료 거부를 당했다"고도 했다.

의료진 "확진자 다녀가면 병원 문 닫아야"…복지부 "현장 점검 강화하겠다"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365연합의원 정문 사진. 이 병원은 4번 확진자가 거쳐간 곳이다./사진=이강준 기자

보건복지부는 최근 해외 국가 방문자가 신종 코로나와 관련 없는 질환으로 내원하면 일상 진료를 하라는 지침을 의료기관에 내려 보냈다. 환자를 보건소로 보내야 하는 경우는 '신종 코로나로 의심되는 특정 증세를 보일 때'다.

의료진들은 신종 코로나가 전염성이 큰 병인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광진구의 한 개인 병원 원장은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이미지의 심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소형 병원은 문 닫아야 한다"며 "두 명의 확진자가 머문 광주21세기병원은 솔직히 이제 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증상이 없다가 나중에 확진을 받는 경우가 있어 해외여행력이 있는 환자 대응에 애로를 겪는 병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점검을 향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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