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한 달…'지역사회 감염' 2라운드 열렸다

김영상 기자
2020.02.18 11:09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 만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9·30번째 확진 환자의 감염 경로가 미궁에 빠진 데 이어 해외 여행 이력이 없는 31번 환자까지 등장했다.

이제 해외 여행 경험이나 확진자와 별개로 지역사회에서 감염을 경계해야 하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중국 우한시로 대표되는 해외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정책에서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는 정책으로 노선을 전환하고 있다.

감염경로 불분명한 환자 늘어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0번째 확진자가 격리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확진자는 31명이다. 이중 약 1/3인 10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해제됐다. 지금까지 대부분 환자가 큰 문제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달 10일 28번 환자 확진 이후 닷새간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황이 일단락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9·30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31번 환자 역시 해외여행 이력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까지는 해외여행력, 확진자와의 접촉 등으로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처음으로 방역당국의 감시망 밖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셈이다.

만약 이 환자들의 감염원처럼 전염력이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을 경우 확진자는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가까운 일본 등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지역사회 감염' 단정은 안 했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는 아직 29·30번 환자의 등장이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감염 경로를 파악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외 유입 경로나 확진환자의 접촉으로 인한 2차 노출, 환자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원 등을 특정하지 못하면 지역사회 감염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정책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9번과 30번에 대한 판단 결과와 별개로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17일 원인 불명 폐렴환자도 진단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요양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 대상지역 여행 이력을 조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정책 전환 늦었다…독감처럼 검사받아야"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 전환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의료계 등에서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미뤄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에 발맞춰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 발표대로 폐렴환자부터 빠르게 전수조사하고, 전국 의료기관과 협조해 독감처럼 코로나19 감시·조기 진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누구나 코로나19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사례정의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눈치를 보거나 정치적 고려에 희생당하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일본보다 방역을 잘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대로 방역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 사례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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