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상표 단 제품 美 FDA 수입거절 잇따라…베트남 생산·중국 발송 가품도 확인
대웅제약, 내수용 정품 무단 반출 적발…"정부·해외 당국 공조로 신뢰 지켜야"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K-톡신'의 신뢰를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사 제품으로 위장한 가품(짝퉁)이 미국으로 반입되는가 하면, 국내에 공급된 정품이 제조사 몰래 해외로 반출된 사례까지 확인됐다. 개별 기업의 관리망만으로 해외 제조와 통관, 판매 과정까지 추적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수입거절 데이터(https://datadashboard.fda.gov/oii/cd/imprefusals.htm)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 제품으로 표시된 물량이 잇따라 확인됐다. FDA 수입거절은 미국으로 반입되는 제품이 현지 허가나 표시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관이 최종 거부된 조치다.
특히 휴젤(234,500원 ▼7,000 -2.9%) 제품으로 표시된 물량은 지난달에만 3건이 FDA 수입거절 대상에 올랐다. 회사가 자사 제품 표시 물량의 제조·출고 이력을 확인한 결과, 모두 정상적인 출고 경로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가운데 1건은 베트남에서 생산돼 중국에서 발송된 것으로 신고됐다. 베트남 생산시설이 없는 휴젤은 해당 물량을 자사가 생산한 제품이 아닌 가품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모방한 가품은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감지됐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국내 업체들의 핵심 수출지역으로 떠오른 미국으로 반입하려는 시도까지 확인된 셈이다.
가품은 국내 기업의 상표와 포장을 사용하더라도 제조 성분과 생산시설, 품질관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미생물에서 유래한 독소를 정제해 만드는 생물학적 제제인 만큼 제조·보관 과정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은 제품이 환자에게 투여되면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품질 문제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정식 제품의 문제로 오인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제품의 해외 불법 유통은 가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웅제약(127,600원 ▲3,800 +3.07%)은 지난 10일 현지 파트너사의 제보를 통해 내수용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해외로 무단 반출된 정황을 적발했다. 제조번호를 추적해 해당 제품이 공급된 국내 의료기관을 특정하고 즉시 거래를 중단했다.
대웅제약이 생산한 정품이지만 국내 유통을 전제로 출고된 제품이 회사와 현지 파트너사의 공식 공급망을 거치지 않고 해외로 반출된 사례다. 내수용 나보타는 미국에서 정식 허가된 제품과 달리 현지 허가·표시 요건을 갖추지 않아 비공식 경로로 반입되면 미허가 의약품으로 수입이 거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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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올해 1월부터 불법 유통이 적발된 거래처와 거래를 영구 중단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병·의원에 불법 유통 방지 안내문을 배포하고 관련 계약서를 개정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온라인상 불법 판매 정황을 감지하고 각국 규제기관과 협력해 판매를 차단하고 있다.
가품과 내수용 정품의 무단 반출은 성격이 다르지만 제조사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물량이 해외에서 국내 정식 제품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대부분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만, 비공식 유통 제품은 제품별 보관 기준과 콜드체인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보관 기준을 벗어나면 단백질 변성이나 불활성화로 약효가 떨어지고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해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주요국 규제기관이 한국산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정식 수출품의 통관·검사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 가품의 품질 문제나 부작용이 국내 제조사의 제품으로 인식되면 K-톡신은 물론 K-에스테틱 전반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제품의 해외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상표·포장을 모방한 가품 제조와 국가 간 가격 차이를 노린 불법 반출 유인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제조번호로 최초 공급처를 확인하고 거래를 중단할 수 있지만 이후 해외 발송과 통관, 현지 판매 자료를 직접 확보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가품은 제조 주체와 생산 장소를 특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실제로 휴젤의 경우 개별 제품에 고유 일련번호를 부여해 생산·출고 이력을 추적하고, 전문 운송업체를 통한 운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벌어지는 불법 유통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휴젤 관계자는 "해외 파트너사와 현지 불법 유통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사례가 확인되면 사내 신고 체계와 표준운영절차(SOP)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외부 법무법인 및 수사기관과 협력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이 모든 과정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당국, 수사기관, 지식재산처 등이 정보를 공유하는 상시 공조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외 규제기관으로부터 수입거절 제품의 제조번호와 발송자, 통관 기록 등을 신속하게 전달받아 국내 공급·유출 경로와 연결해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되는 만큼 균주와 생산공정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품 유통은 약사법과 상표법, 통관 단속을 통해 차단하고 국내 기술의 불법 유출이 개입한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조사·처벌하는 이중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일련번호 추적과 거래 중단,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더라도 해외에서 이뤄지는 가품 제조와 통관, 판매 과정까지 직접 조사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K-톡신 전체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와 해외 규제당국 간 정보 공유 및 단속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