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 감염돼도 집단면역 어렵다…국내서 새 변이 나올 수도"

김도윤 기자, 박다영 기자
2022.03.22 15:52

[MT리포트][코로나 1000만 시대]③"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정점 길어질 것"

[편집자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지난해 이맘때 백신이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감염병 국면이 곧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 탓도 있지만 방역의 고비마다 반복된 아쉬운 정책 선택으로 확산의 규모를 줄이지 못한 영향이 분명했다. 이제 정점이 어딘지 모른 채 최대한 많이 감염돼 유행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하는 '집단 면역'의 길로 사실상 들어선 상태다. 그 사이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 대란'이 빚어지고 재택치료자들의 감기약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 원치않은 길로 접어든 '1000만 확진' K-방역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우리 국민 1000만명이 확진됐어도 집단면역은 어렵습니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스텔스 오미크론(BA.2)에 또 걸릴 수 있습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22일,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연면역은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정점 길어질 것"

지금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동시에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스텔스 오미크론 점유율은 어느새 40%를 넘었다. 유행의 정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힘든 이유다. 해외에선 델타와 오미크론이 섞인 '델타크론' 변이까지 발견됐다.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하면 1000만명이 확진됐어도 집단면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 교수는 "모든 국민이 면역 주사를 맞아도 진짜 면역 있는 사람은 80% 정도"라며 "우리 국민 2000만명이 감염돼도 나머지 3000만명 중 상당수는 잠재적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텔스 오미크론이 의외로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전파력이 오미크론보다 더 세기 때문에 환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000만명이면 우리 국민의 약 20%인데, 45% 정도 돼야 자연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확산세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동시 유행하면 감염이 더 빠르고 넓게 퍼진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교적 긍정적인 예상을 내놨다. 엄 교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를 보면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감염되면 확산세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며 "큰 유행을 막기 위해선 결국 항체를 가진 사람이 지역사회에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인구의 20%라는 건 실제 30~40% 인구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 유행이 다소 줄어들 순 있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다만 스텔스 오미크론 때문에 유행이 악화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방역을 완화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새 변이 나올 수도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 이후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천 교수는 "델타크론이 발견됐듯 코로나19는 온갖 바이러스가 결합하며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최근 동물이 감염돼 사람에게 전파한 사례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 외에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고, 전파력이나 독성이 약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폐까지 침투하는 독성이 강한 변이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특히 "지금 코로나19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미크론 이후 새로운 변이에 대처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중증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증세가 '호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권고 절차 없이 즉시 퇴실 조치하기로 했다. ‘호전’의 기준은 기계호흡 산소량이 분당 5ℓ 미만으로 떨어진 환자 등이다. 2022.3.21/뉴스1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환자가 나왔다"며 "우리나라에서 변이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변이는 바이러스가 사람 몸 속에 왔다갔다 하며 복제를 계속하면서 생기는 복사기 오류 같은 현상"이라며 "국내에서 짧은 시간 너무 많은 사람이 앓았기 때문에 새 변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평균 6개월 단위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며 "올해 5~6월 새 변이가 나올 수 있고 그럼 재감염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경계를 낮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엄 교수 역시 "새로운 변이가 또 나타날 수 있다"며 "새 변이의 전파력, 치명률이 어떠냐에 따라 유행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감염도 조심하세요

재감염 우려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확진된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기준 국내에선 290명이 재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확진자 수와 비교하면 많지 않지만 한 번 확진됐다 해서 100% 안심할 수 없단 뜻이다.

정 교수는 "델타 걸린 사람이 오미크론에 걸릴 수 있다"며 "오미크론 감염자가 스텔스 오미크론에 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다고 안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감염 우려를 필요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재감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사례가 많진 않아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재감염으로 유행이 크게 퍼지긴 어렵다"며 "기간 자체도 1년 정도로 길고, 비율은 0.3~1%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은 약 10% 재감염됐지만, 감염되더라도 일정 면역을 갖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비교적 경미한 편으로 심하게 앓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 역시 "재감염이 늘고 있긴 하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감당 가능하다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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