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00만명이 확진됐어도 집단면역은 어렵습니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스텔스 오미크론(BA.2)에 또 걸릴 수 있습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22일,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연면역은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금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동시에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스텔스 오미크론 점유율은 어느새 40%를 넘었다. 유행의 정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힘든 이유다. 해외에선 델타와 오미크론이 섞인 '델타크론' 변이까지 발견됐다.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하면 1000만명이 확진됐어도 집단면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 교수는 "모든 국민이 면역 주사를 맞아도 진짜 면역 있는 사람은 80% 정도"라며 "우리 국민 2000만명이 감염돼도 나머지 3000만명 중 상당수는 잠재적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텔스 오미크론이 의외로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전파력이 오미크론보다 더 세기 때문에 환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000만명이면 우리 국민의 약 20%인데, 45% 정도 돼야 자연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확산세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동시 유행하면 감염이 더 빠르고 넓게 퍼진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교적 긍정적인 예상을 내놨다. 엄 교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를 보면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감염되면 확산세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며 "큰 유행을 막기 위해선 결국 항체를 가진 사람이 지역사회에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인구의 20%라는 건 실제 30~40% 인구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 유행이 다소 줄어들 순 있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다만 스텔스 오미크론 때문에 유행이 악화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방역을 완화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 이후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천 교수는 "델타크론이 발견됐듯 코로나19는 온갖 바이러스가 결합하며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최근 동물이 감염돼 사람에게 전파한 사례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 외에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고, 전파력이나 독성이 약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폐까지 침투하는 독성이 강한 변이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특히 "지금 코로나19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미크론 이후 새로운 변이에 대처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환자가 나왔다"며 "우리나라에서 변이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변이는 바이러스가 사람 몸 속에 왔다갔다 하며 복제를 계속하면서 생기는 복사기 오류 같은 현상"이라며 "국내에서 짧은 시간 너무 많은 사람이 앓았기 때문에 새 변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평균 6개월 단위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며 "올해 5~6월 새 변이가 나올 수 있고 그럼 재감염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경계를 낮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엄 교수 역시 "새로운 변이가 또 나타날 수 있다"며 "새 변이의 전파력, 치명률이 어떠냐에 따라 유행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감염 우려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확진된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기준 국내에선 290명이 재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확진자 수와 비교하면 많지 않지만 한 번 확진됐다 해서 100% 안심할 수 없단 뜻이다.
정 교수는 "델타 걸린 사람이 오미크론에 걸릴 수 있다"며 "오미크론 감염자가 스텔스 오미크론에 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다고 안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감염 우려를 필요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재감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사례가 많진 않아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재감염으로 유행이 크게 퍼지긴 어렵다"며 "기간 자체도 1년 정도로 길고, 비율은 0.3~1%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은 약 10% 재감염됐지만, 감염되더라도 일정 면역을 갖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비교적 경미한 편으로 심하게 앓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 역시 "재감염이 늘고 있긴 하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감당 가능하다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