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킴리아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면서 건보 재정 악화를 대비할 방법으로 위험분담제를 선택했다. 정해진 급여 총액을 초과한 치료비 청구시 해당 비용을 제약사가 부담하거나 투약 후 치료효과를 평가해 제약사와 위험을 분담하는 제도다. 별도 기금 마련이라는 장기적 대책 외에 당장 건보 적용을 눈 앞에 둔 초고가 희귀질환 의약품의 재정 충격을 상쇄할 대안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위험분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새정부에서 적용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위험분담제 외에도 초고가 희귀질환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건강보험에 등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용 부담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킴리아는 지난 1일부터 '급성 림프성 백혈병'과 '거대 B세포 림프종' 등 2가지 질환에 대해 급여 적용을 받는다.
급여 적용에 대한 조건으로 위험분담제 단서가 달렸다. 위험분담제 적용에 따라 우선 정해진 급여 총액을 넘어 치료비가 청구되면 초과 비용을 제약사가 반환해야 한다. 따라서 약값과 환자 수에 따라 추산한 킴리아 연간 예상 청구액 709억원을 넘어서면 초과 금액은 제약사가 반환하게 된다.
또 투여 후 치료효과가 없을 경우엔 관련 비용을 제약사가 반환한다. 이 조건은 급성림프성백혈병에 비해 임상시험 성과가 미흡한 B세포 림프종 질환에 적용된다. 투약하는 시점과 투약 후 6개월, 12개월 등 급여 내역을 활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치료 효과를 확인한다. 임상 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획기적인 의약품이라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약이나 환자 수가 극소수인 희귀질환 치료제라면 장기적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킴리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것도 2017년이다. 유전자 치료제라 안전하고 근본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처방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위험분담제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13년이다. 현재까지 41개 의약품에 적용됐다. 이중 32개는 항암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비교할 약제가 없어 약가 산정이나 효과 평가가 어렵다. 위험분담제는 킴리아에 적용된 유형 외에도 다양하다. 전체 청구액 중 일정 비율을 제약사가 환급하는 '환급형', 1인당 사용 한도 초과분을 환급하는 '환자 단위 사용량 제한형', 일정 기간 약제 투약 후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에만 계속 급여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제약사가 환급하는 '조건부 지속치료와 환급 혼합형' 등이 있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제약사와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면서 "약가는 제약사가 R&D(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포함한다. 이 비용을 인정해줘야 새로운 약들이 또 나올 수 있다. 더 많은 약으로 국민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약사의 희귀질환 치료제 건보 적용을 확대할 다양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위험분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바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체 의약품이 없는 항암제,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등재과정을 단축하고 신속 등재된 의약품은 위험분담제를 통해 약가 협상 및 환자와 보험자의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위험분담제 활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제도 외에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등재 후평가'와 기금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선등재 후평가는 먼저 특정가격을 등재한 뒤 현행 평가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다. 등재 가격과 사후 평가 가격 간 차액은 제약사가 부담한다. 환자와 제약사들이 이 제도를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제약사와 약가 협상을 할 때 협상력이 낮아질 수 있고 평가 절차가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혁 중앙대 약대 교수는 최근 강선우 의원실이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 "대체제가 없는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선등재 후평가 등의 새로운 등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제도에서 건보 등재가 어려운 희귀의약품의 대해선 기금 조성 등 다른 재원의 활용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