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복병 '허니문 방광염'… 소변 참으면 생기는 일 5가지

정심교 기자
2023.02.20 17:26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4~ 6번 소변을 본다. 하지만 바쁜 일과에 시달리는 직장인 가운데 이보다 적게 화장실을 가는 사람도 적잖다. 소변보는 시간이 아깝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게 귀찮은 이유에서다. 어떤 이는 '소변을 오래 참을수록 방광이 단련돼서 소변을 더 잘 참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여긴다. 전문가들은 "소변을 참는 게 약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경고했다. 소변을 오래 참을 때 우리 몸에 생기는 일 다섯 가지를 알아본다.

1 외부 충격 시 방광 파열될 수도

방광은 소변 300~400㎖를 별다른 요의 없이 편안하게 보관한다. 종이컵(192㎖ 기준) 약 2잔까지는 방광이 차도 소변이 매우 마렵지는 않다. 그보다 더 많이 소변이 차 400~500㎖ 차면 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 즉, 요의(尿意)가 절박하게 들면서 화장실에 빨리 가고 싶게 만든다. 이때도 화장실을 가지 않고 소변을 참는 습관을 반복하면 방광이 늘어날 수 있다. 심하면 방광 용적이 정상보다 2배 가까이 커지기도 한다.

만약 소변이 방광에 1L 이상 차 있는 상태에서 교통사고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져 방광에도 충격이 가해지면 방광이 터질 수도 있다. 이 같은 '방광 파열'이 발생하면 배가 부르면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강한 요의를 느끼지만 정작 소변은 나오지 않고 약간의 혈뇨·혈액이 나올 뿐이다. 방광 파열이 발생했을 땐 가능하면 빠르게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즉각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며, 방광 파열이 복강 내에 발생한 경우 응급 방광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한다.

2 방광에 고인 소변 타고 콩팥 감염 일으켜

콩팥에서 요관을 따라 흘러 내려온 소변은 방광에 쌓인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찬 상태 즉, '방광 충만' 단계에서도 건강한 사람은 소변이 요도로 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요도 주변에서 조리개 역할을 담당하는 괄약근 때문이다. 괄약근은 요도 안쪽의 '내요도 괄약근', 요도 바깥쪽의 '외요도 괄약근'으로 구성돼 있다. 소변이 가득 차면 내요도 괄약근은 자동으로 열린다. 내요도 괄약근은 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척수 반사로, 방광이 늘어나면 신경세포를 통해 신호가 전달되고 뇌까지 가지 않아도 척수에서 바로 '내요도 괄약근을 열라'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반면 외요도 괄약근은 뇌에서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꽁꽁 닫혀 있다. 뇌에서 '문을 열라'고 해야 비로소 연다. 소변이 마려워도 소변이 새지 않는 이유다. 결국 내 의지대로 소변을 오래 참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오래되면 외요도 괄약근은 닫혀 있는데 소변이 가득 차 방광이 부풀어 오르는 게 일상화하면서 방광이 늘어나기 쉽다. 방광이 늘어나면서 방광 근육층은 상대적으로 얇아지고, 이에 따라 방광 근육에서 혈류가 감소하는 허혈이 발생한다. 그래서 방광 근육층에 염증이 생기고, 이런 염증 반응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탄력 있게 늘고 줄어야 하는 방광의 신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소변을 보관하는 방광의 압력이 올라가 콩팥 압력을 높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신우신염'이다. 신우신염은 요도를 통해 유입된 세균이 방광을 거쳐 콩팥까지 감염시킨 질환이다. 문제는 콩팥이 전신의 혈액을 걸러주는 '체'와 같기 때문에 콩팥에 생긴 세균 감염이 혈액을 따라 전신을 순환할 우려가 크다는 것. 이 경우 저혈압 쇼크 등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즉각적이고 빠른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3 소변발 약해지고 잔뇨감 유발

소변을 너무 오랫동안 참으면 방광이 심하게 팽창하거나, 요도 괄약근이 심하게 조여진다. 이로 인해 정작 소변을 볼 때는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소변 줄기가 약해질 수 있다. 또 평소 방광이 심하게 팽창하면 방광 근육층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 방광의 신축성이 떨어져 배뇨근육의 기능까지 떨어지면서 잔뇨감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오줌이 전혀 나오지 않아 도뇨관을 요도로 끼워 넣어 소변을 빼내야 하는 사태도 생긴다. 따라서 소변이 마려울 때는 억제로 참지 말고 화장실로 가는 게 좋다.

4 성관계 후 여성 방광염 위험↑

원래 방광 속 소변엔 세균이 없다. 하지만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으로 방광의 탄성이 떨어진 경우 소변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정체되기 쉬운데, 외부에서 세균이 방광에 유입되면 방광 속 축축한 잔뇨에서 세균이 빠르게 증식해 방광염 등 요로감염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방광염은 체내 면역력 저하로 방광 내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때 발생한다. 방광염의 80% 이상은 대장균이 원인이며, 세균이 요도를 타고 방광까지 올라가 나타난다. 특히 급성 방광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이는 여성의 요도가 남성보다 짧고, 여성의 경우 장내 세균이 많은 항문과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질 입구가 요도와 가까워 세균이 쉽게 방광 쪽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방광염은 성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여성의 질 분비물에 서식하던 균이 성행위 후 요도 입구로 이동해 요로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치르고 난 다음 날 신부가 소변볼 때 갑자기 통증을 느끼고 수없이 화장실을 드나드는 경우를 가리키는 '밀월 방광염(허니문 방광염)'이란 명칭도 있을 정도다. 평소 소변을 오래 참는 여성이라면 성관계 후엔 반드시 소변을 보고 방광을 비워내는 습관이 방광염 예방에 중요하다.

5 과민성 방광일 땐 치료 효과↑

그렇다고 소변을 무조건 참지 말라는 건 아니다. 소변을 오래 참는 게 건강에 유리한 질환이 있어서다. 바로 과민성 방광이다. 과민성 방광은 요로 감염 같은 다른 명확한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요절박(강하고 갑작스럽게 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나타나며, 낮이든 밤이든 빈뇨, 절박성 요실금 증상을 동반한 질환이다. 과민성 방광은 대부분 특별한 신체적 원인이 없다. 긴장도 증가, 심리적 불안감 등의 심인성인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모든 연령층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 빈도가 증가한다.

이들 환자는 소변이 마렵다고 느낄 때 소변을 참는 방광 훈련이 중요한 행동 치료법이다. 이러한 과민성 방광의 행동 치료로 수분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소변을 참았다가 모아서 보는 방광 훈련법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행동 치료를 바탕으로 불편감을 완화하기 위해 항콜린제,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 작용제 등의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이렇게 행동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한 환자 상당수에서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도움말: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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