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중심지에서 차량으로 30분 가량 떨어진 '이시레몰리노'(Issy-les-Moulineaux) 지역은 국내 상암과 판교의 중간 어디쯤을 닮아 있었다. 반듯하게 정돈된 모습의 거리에 방송국을 비롯해 성장산업에 몸 담은 다양한 기업들이 둥지를 차린 지역이다. 프랑스 대표 기업인 르노 생산공장을 비롯해 삼성과 LG 등 국내 대표사 초기 오피스가 있었을 만큼, 성공한 기업의 요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패권을 다투는 셀트리온의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21일(현지시간) 찾은 현지법인의 첫 인상은 다소 의외였다. 9층 규모 건물 내 1개층을 사용 중인 탓에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본부가 위치한 곳임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입주해 있는 현지 방송국 건물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판매법인인 점을 감안해도 인천 송도 셀트리온 생산시설이 익숙한 기자에겐 낯설게 다가왔다. 전체 근무인력 역시 주재원 3명을 포함해 5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존재감은 결고 작지 않다. 유럽 내 핵심 시장인 프랑스에서 주력 제품인 램시마 제품군(램시마IV+램시마SC) 합계 68%에 달하는 현지 시장 점유율을 이끈 효자 법인이다. 오리지널 제품을 비롯해 4개 제품이 경쟁 중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다. 특히 2020년 0%였던 램시마SC의 점유율을 지난해 4분기 21%로 가파르게 끌어올릴 만큼 우수한 시장 침투력을 보유했다. 같은 수의 품목이 출시된 트룩시마 시장에서도 시장 2위에 해당하는 26%의 점유율를 기록 중이다. 후발 주자인 유플라이마 역시 첫 고농도 시밀러라는 차별화 강점을 무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수 정예로 구성된 현지법인 커머셜 인력이 의약품 판매 전 과정을 아우르는 마케팅 활동을 펼쳐온 결과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020년 램시마의 직접판매(직판) 전환을 시작으로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등의 주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직판 방식으로 현지에 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트룩시마와 허쥬마, 베그젤마 등 항암제 라인업까지 직판 제품군에 합류한 상태다.
프랑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유럽 인플릭시맙(램시마 성분) 시장의 16%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시장이다. 비중으로 치면 영국(22%)에 이어 두번째에 해당한다. 특히 규제 공신력 측면에서 독일과 함께 글로벌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국가로 꼽힌다. 프랑스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면 유럽 내 어떤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다.
현지시장 특성과 맞닿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강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프랑스 바이오 시장은 공보험(65%)과 사보험(35%) 시장으로 구분된다. 질환별로 환자부담금이 존재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제품군이 대상으로 하는 적응증 분야는 환자부담금이 없다. 이는 다시 프랑스 정부의 철학과 연결된다.
살림 벤칼리파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 메디컬 디렉터는 "프랑스는 6700만 인구 중 한명도 빼놓지 않고 케어하겠다는 국가 철학 보편성을 보유한 곳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사회보장 제도 등으로 최대한 많은 국민이 돈을 들이 지 않고 질병을 치료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 절감 역시 중요한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도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런 의료 시스템의 재정적 한계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프랑스 성과 배경이 가격 경쟁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품목을 현지 시장 내 첫번째 시밀러 제품을 출시하며 규제 측면의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간 기업으로 꼽힌다. 이는 유럽의 심장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선도기업의 입지를 점할 수 있던 배경이기도 하다. 10년 전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생소하고 배타적이었던 시장에 과감히 진출해 오랜 기간 시장을 형성하며 산업의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쌓은 것이 원동력이다.
병원연합체 중심의 입찰 시장을 공략한 점 역시 주효했다. 프랑스는 입찰시장 중심인 유럽 내에서도 대형병원연합(UniHA) 비중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입찰은 가격은 물론 공급 안정성과 의약품 데이터, 제약사 서비스, ESG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을 검토해 수주 업체를 선정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런 깐깐한 기준을 뚫고 현지 인플릭시맙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UniHA 입찰 수주에 성공, 내년 6월까지 램시마 독점 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주요 입찰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한 램시마IV를 기반으로 램시마SC로의 스위칭(Switching) 전략이 효과를 거두며 두 제품의 점유율이 동반 상승했다.
김동식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장은 "직원들이 시밀러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시장 진입 초기부터 품질에 우선순위를 두고 프랑스에 제품을 유통할 수준을 갖췄는지, 현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발로 뛰며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회사와 제품의 현재 위치를 함께 만들어왔다"며 "이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지역 전체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체성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시밀러 시장을 만들어 왔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축적된 노력과 경험을 통해 이미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십분 활용해 매년 1~2개씩 합류할 신규 제품들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