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안하는 전공의, 떠나려는 교수…필수의료 대 끊기나

박미주 기자
2024.03.19 17:40

[MT리포트]전공의 공백 한 달, 드러난 K-의료 민낯 ②

[편집자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출근을 거부한 지 한 달째다. 정부가 '면허 정지'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아 환자와 병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교수들마저 단체 사직을 예고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팽팽하다. 갈등을 봉합할 해법이 시급한 이유다. 이번 전공의 부재가 중증·응급질환 진료 시스템을 마비시켰다는 점도 이번 기회에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공의 부재가 보여준 대한민국 필수·지역 의료의 민낯을 분석하고 강 대 강 대치의 해법을 찾아본다.
전공의 근무 현황/그래픽=이지혜

"되돌릴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앞으로 5~7년 동안은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김창수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 연세대 의대 교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고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움직임을 보이면서 필수의료 체제의 맥이 끊기게 됐다는 우려가 커졌다. 복귀하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이 늘고 지원자도 줄면서 필수의료 분야 인력 배출이 중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892명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를 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의 92.9%인 1만1980명이다. 지난달 19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을 시작으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의료현장으로 복귀한 전공의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이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지난 15일 오전 11시 기준 5951명에 3개월 면허정지 처분 사전통지를 발송했다.

설상가상으로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기로 결의한 상태다.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을 포함한 다수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사직을 결의하며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16개 의대 교수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집단사직마저 현실화하면 의료공백은 불가피하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체계를 간신히 유지하는 상황인데 교수들이 사직하게 된다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다"고 말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응급·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이 환자들이 방치될 수 있는 것이다. 개원의도 진료 시간 축소 움직임을 보여 만성질환 관리에도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의료현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 뉴스1

더 큰 문제는 필수의료 명맥이 끊겨버리게 됐다는 점이다.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할 생각을 하지 않아서다. 또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정부가 3개월 면허정지 처분까지 내리게 되면 한 해 출석이 인정되지 않아 전공의들이 1년간 유급되고 진료 공백이 생기게 된다. 휴학한 의대생까지 감안하면 최소 5년간은 의사가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수 회장은 머니투데이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당장 내년에라도 외과를 맡으려는 전공의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의료체계가 붕괴했다. 어떻게 풀 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표적 기피과인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함께 진료하는 '소아 심장' 영역은 중요한 분야임에도 사라질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 지원자가 매우 적은데 전공의들이 정부에 실망해 대거 이탈한 현 상황에서 소아 심장을 진료할 의사의 대가 앞으로 수년간은 끊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아 심장 관련 전문의는 1년에 1~2명 배출되는데 이마저도 없어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창수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전제조건 없이 서로 만나 원점에서 재검토를 논의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 대표성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제안한다면 정부는 언제든지 이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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