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전공의를 겨냥한 계엄사태로 충격받은 의사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전공의를 압박하는 '처단',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이 담긴 데 대해 의사집단에선 "정부가 평소 의료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방증", "대통령의 망상"이라고 맞받아치며 거리 시위에 나서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정부와 대화를 이어온 대한병원협회마저 포고령에 반발해 전날(5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을 빼면서 의정(醫政) 간 '대화 테이블'은 망망대해로 떠밀려간 형국이다.
6일 오후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국민을 처단한다는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라"고 외치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의대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과연 누구를 일컬어 반국가세력이라 손가락질하는 것인가"라며 "대통령의 독단적인 정책으로 무너져가는 현장에서도 끝까지 환자를 돌봐오던 우리 대학교수들은, 아직도 파업이나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있다고 여기는 정부의 현실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직후인 지난 3일 밤 11시, 계엄사령관이 발효한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5항을 저격한 것이다. 당시 포고령 6개 항 가운데 특정 직역에 대한 언급한 건 5항이 유일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겸 의협회장 후보는 이날 비대위-기자단과의 단체대화방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성명서 동참 요청 링크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협회장 후보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에 빠진 사람들은 바로 사직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일 것"이라며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와 전공의를 비롯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14만 의사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했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대한의학회도 윤석열 정부에 "전공의를 처단 대상으로 표현한 데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을 주장하며 맞대응했다. 이는 그간 두 단체가 '내년도 의대증원분 감축'(의대 수시 합격자 결원의 정시 이월 금지, 예비합격자 정원 축소)을 주장해온 것보다 더 강경해진 것이다. KAMC는 6일 낸 입장문에서 "의대 수시합격자 발표 전 2025년 모집인원 중단을 포함한 실질적 정원 감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도 전날(5일)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강행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일방적인 의료정책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입장을 냈다.
의협 후보 사이에선 '전공의 처단' 내용을 담은 포고령이 나왔는데도 현재의 의협 비대위의 대응이 늦고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협은 계엄사 포고령 선포(지난 3일 밤 11시) 후 36시간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최상위 단체인 의협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권한대행 집행부와 비대위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차기 집행부 출범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지만 해달라는 임무에 너무 충실한 까닭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날(5일)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브리핑에서 "상황이 유동적이라 판단했다"며 "전공의와 의사를 향해 '처단한다'고 표현한 데 강한 분노가 있었지만 차분하게 정리해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비대위원들의 중론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협 후보들 사이에선 '거리 시위'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강희경 후보는 6일 SNS에서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의협은 대체 뭘 하고 있는가"라며 "의사들이 거리로 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다른 이들에게 끼치는 피해는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의견을 알리는 방법이 시위이므로 '거리로 나가는 것'일 터"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후보도 입장문에서 "의협 회장(임현택) 불신임(탄핵)으로 혼란에 빠진 의협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고, 현재의 의협 비대위는 혼란 상황을 수습하는 일만 해도 힘들다"며 "(내년) 1월 취임할 차기 의협 집행부는 대규모 궐기대회부터 개최해 의사들을 하나로 모으고 한목소리를 내게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6일 중앙대 의대를 시작으로 11일 가톨릭관동대, 12일 건국대·조선대·한림대에 이어 13일까지 나머지 모든 의대가 수시전형 최초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시 전형에서 떨어진 수험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활용해 오는 31일부터 정시 원서 접수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