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포고령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요구와 의사들의 반발이 심화하면서 의료개혁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논의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서는 그나마 참여하던 의사단체인 대한병원협회 등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추진 동력이 상실되는 모양새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도 진행이 불투명하다.
8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의대 교수 시국선언 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전의비는 시국선언문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은 지난 3일 헌정질서를 무시하고 특수부대를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려 했다"며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 일당들은 당장 탄핵·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야 하고, 이와 관련한 정부 관계자들을 파면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의비는 "정부는 윤석열의 주술적 믿음으로 시작된 근거 없는 2000명 정원을 밀어붙이고 의사집단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하나의 목적만 있다"며 "불법적인 의대 증원과 의료개악,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킨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파면해야 한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이 벌여 놓은 의대증원, 의료개악 정책들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로 몰아세웠다.
전공의 단체도 이날 규탄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과 의료개혁 철폐를 요구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교육농단과 의료계엄 사태를 규탄한다"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의협 회장 후보자들도 집회 참여 등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의협 대변인을 맡아온 최안나 후보자와 경기도의사회장인 이동욱 후보자는 전날 경기도의사회 주관으로 시청 앞에서 열린 의료개혁 규탄대회에서 정부의 폭거를 규탄하며 정부의 의료농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인 강희경 의협 회장 후보자는 지난 6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국민을 처단한다는 대통령, 당장 물러나라. 잘못된 비상계엄이 국회에 의해 해제됐듯, 잘못된 의료개혁 역시 더 이상의 피해를 일으키지 말고 지금 멈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이탈 의료인 처단' 문구가 담기면서 의료계 반발이 확산한 것이다. 의료개혁을 논하던 의개특위에서는 그나마 참여하던 의사단체마저 모두 참여 중단을 선포하며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모습이다. 앞서 지난 5일 대한병원협회가 정부의 왜곡된 시각과 폭력적 행태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의개특위 참여 의사단체인 대한중소병원협회와 국립대학병원협회도 특위 참여 중단을 결정했다.
당초 정부는 연말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이 실행될지 미지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의사단체와 소통이 더 끊기면서 의료개혁 추진이 더 힘들어져서다. 의료개혁 실행방안 발표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참여자들 때문에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며 "아직 확답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