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트라우마 치유, 尹 퇴진만이 답" 정신과 의사 510명 시국선언

정심교 기자
2024.12.12 14:51
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는 계엄군이 깬 유리창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10명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는 방법만이 국민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다"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계엄사태와 관련, 의사집단 내 '단체'가 아닌 개인이 여럿 모여 입장을 낸 건 이례적이다.

'국민공동체 치유와 복원을 바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일동'은 12일 시국선언문에서 "12월3일 헌법을 훼손하는 계엄 선포와 협박에 가까운 포고문, 갑작스러운 군대 출동 등으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으셨을 모든 국민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12월3일부터 현재까지 온 국민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송에 이어, 평화로운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침입하고, 남녀노소를 불문 하고 시민들이 저지하며 대치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며 "군부독재와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께서는 그 트라우마를 재경험하며 심각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동료 시민의 '일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해 공동체 내의 분열과 적대를 부추기는 듯한 계엄 담화는 국민의 마음에 큰 환멸감과 상처를 남겼다"며 "계엄 포고문에 담긴 온갖 금지와 협박은 선량한 시민들께 두려움과 모욕감을 줬고, 치료와 돌봄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살벌한 위협에서 그 절정을 이뤘다"고 규탄했다.

또 "어린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을지, 전쟁이 벌어지진 않을지 무서워하고, 어른들은 경제를 걱정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심란해한다"며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체포 계획, 내란 음모 등의 경악스러운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은 그러한 심리적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최근 온종일 뉴스와 유튜브를 시청하며 불면과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늘었고, 군인·경찰 등의 공직자들은 도덕적 손상에 따른 울분과 우울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은 "후진적 쿠데타로 인한 국가 위상, 자부심의 저하를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고,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현실의 안정과 생업에 대한 위협감도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정신의학적으로 폭력 트라우마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했다. 첫 번째는 '피해자의 신속한 안전 확보'이며, 두 번째는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는 정의로운 해결'이다. 이들은 "그런데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은 국민의 트라우마를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공포를 증폭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의 위기가 촉발한 생존의 위기에 더하여, 실존의 위기도 겪고 있는 국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막아내고 있다. 2024.12.04.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그러면서 "헌법에 근거한 단호한 해법만이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국민의 심리적 안정, 정신적 충격에 대한 치유를 위해 다음 사항이 조속히 진행될 것을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그 요구사항으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현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국민에게 정중히 사죄하고, 헌법 절차에 따른 조치에 따를 것 △집권 여당은 국민의 요구를 경청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라는 의미를 포함한 것이다.

또 이들은 △현 대통령과 정부가 초래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위기의 해결을 위해 의료 전문가에 대한 '처단' 같은 위협이 아닌 '존중'을 할 것 △정치권은 현재 국민이 느끼는 현실적 위기를 최대한 신속히 종식하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과 조치를 추진해줄 것 △국민의 심리적 충격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과 공동체 복원을 도모할 수 있는, 일회성이 아닌 근거 기반의 체계적인 정신건강 정책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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