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꿈꿨는데…엄마 식당서 쓰러진 고교생, 5명 살리고 하늘로

정심교 기자
2025.01.21 14:00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삶의 희망을 전하고 떠난 고(故) 엄태웅 군의 생전 사진.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가족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이삼열)은 지난 9일 울산대병원에서 고교생 엄태웅(17세) 군이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새 삶의 희망을 전하고 하늘의 천사가 돼 떠났다고 21일 밝혔다.

엄 군은 지난 5일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구토하며 쓰러져 근처 포항의 한 병원에 갔다가 상태가 위급해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엄 군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폐·간·콩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환자 100여명의 회복을 도왔다.

유가족은 "엄 군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전문 의료인을 꿈꾸었기에 삶의 끝에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하면 뜻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직 어린 엄 군의 몸 일부라도 다른 사람의 몸속에 살아 숨 쉬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길 소망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엄 군의 어머니는 "태웅이가 장기기증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면 나도 저런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기증은 태웅이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했기에, 그 소원을 이뤄준 것"이라 말했다.

포항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엄 군은 밝고 쾌활해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축구·농구 등 운동을 좋아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경주시에 있는 효청보건고등학교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호주 유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했다.

그의 아버지 엄정용 씨는 "아들아. 하늘나라에 가서 편히 잘 쉬고, 그곳에서는 네가 원하던 모든 걸 다 하길 바랄게. 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전했듯이, 많은 사람이 너를 기억하고 하늘에서 행복하길 바랐으면 좋겠어. 사랑하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 군의 가족은 인체조직기증이 끝난 후, 먼저 진행된 장기기증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심장 이식 수술이 잘 진행됐으며, 그 가족들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준 기증자 엄태웅 군과 유가족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생명나눔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로 기증자의 숭고한 나눔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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