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자신의 무명지를 잘랐다. 그리고 그 피로, 결의의 이름을 새겼다."(영화 '하얼빈')
올해 상반기 관객의 감동을 자아낸 영화 '하얼빈' 속 장면은 1909년 안중근 의사와 11인의 동지들이 조국의 독립을 맹세하며 손가락을 자른 단지동맹(斷指同盟)을 묘사한 것이다. 이 역사적 결의가 이뤄진 장소는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지역이다. 그 결단의 기억을 지금까지 실존 공간으로 지켜온 기업이 유니베라다.
26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보훈부가 장충동 앰배서더풀만호텔에서 주관한 국가보훈대상자 포상 시상식에서 유니베라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국내 민간기업이 자체 예산으로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조성하고 20년 가까이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공로가 대통령표창으로 공식 인정받은 보기 드문 사례다.
유니베라는 2006년부터 이 회사 러시아 농장 내에 위치한 '단지동맹 기념비'를 보호하고, 2011년에는 자체 예산 약 4억원을 투입해 '기념공원' 형태로 조성했다. 한국산 오석(烏石)으로 조형물을 새롭게 제작했다. 오석은 기념비, 현판, 추모 조형물에 사용되는 광택이 나는 짙은 흑색의 천연 화강암·편마암 계열의 돌이다. 또 유니베라는 참배가 가능한 공간, 안내 해설, 부지 정비, 조형물 유지관리 등 사후 운영까지 수행해 왔다.
기념비가 원래 위치한 추카노보 강가는 상습 침수지역이자 국경 통제 구역으로 접근이 어렵고 보존 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유니베라 러시아 현지 법인에 단지동맹비 관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했다. 유니베라도 단지동맹비의 안타까운 현실에 공감하고 있던 터라 신속한 조치에 나섰다. 결국 유니베라는 단지동맹비의 의의를 보존하며 참배와 기억이 가능한 대안을 새롭게 마련한 셈이다.
현재 이 기념공원은 한국과 러시아 간 민간 보훈 교류의 상징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국내외 방문객의 헌화, 청소년·단체 방문, 역사 교육 등 살아 있는 기억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표창에 선정된 근거인 유니베라의 공로는 △방치된 단지동맹비를 침수와 접근 문제를 극복하며 자체 부지로 이전·복원한 점 △단순 이전을 넘어 조형물 설치부터 참배 공간, 해설·교육 기능까지 갖춘 기념공원으로 발전시킨 점 △2011년 조성 이후 10년 넘게 일관된 관리·운영을 지속하며, 누구나 방문해 역사적 의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을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민간 보훈 실천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진정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평가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김교만 유니베라 대표는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키고 전하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 이상이라 생각한다"며 "광복 80주년이라는 해에 이러한 뜻깊은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앞으로도 꾸준한 실천으로 소중한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