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 관세를 최대 250%까지 올리겠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은 한국의 의약품 수출국 1위 국가다. 셀트리온 같은 대형 업체는 미국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아직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의약품 관세를 최고 250%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수입 의약품에 '소액관세'를 부과한 뒤 1년 안에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며 "1년이나 최대 1년 반 안에 150%까지 올리고, 이후에는 250%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미국)에서 만든 의약품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제약사들이 미국 밖에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시간을 1년~1년 반 정도 주고 그 이후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미국 의약품 정책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의약품 수출국인데, 관세가 대폭 오르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의약품 수출액 53억7700만달러(약 7조4700억원) 중 미국 수출액은 12억1500만달러(약 1조6300억원, 전체의 22.6%)로 전체 국가별 수출액 중 가장 많다. 품목별로는 바이오의약품이 전체의 63.4%로 가장 많고 이어 기타 조제용약(6.5%), 원료 기타(5.2%), 독소류·톡소이드류(3.5%) 등 순이다.
일각에선 정책 변동성이 크고 항생제, 혈압약, 당뇨약 등 대다수 저가 복제약은 미국에서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250%의 의약품 관세 부과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일부 대형사 위주로 미국 관세 변화에 맞춰 일찌감치 대응에 들어갔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해 직접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이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 생산시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 승인까지 거쳐 연내 해당 시설을 100% 인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을 '메이드 인 USA(미국 내 제조)'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준비를 마쳤다. 시간을 벌기 위한 재고도 2년치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미국 의약품 관세를 회피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로부터 나오는 SK바이오팜도 관세 대응 준비를 마쳤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한국에서 의약품 원료를 캐나다로 보낸 뒤 캐나다에 공장이 있는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겨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 중인데, 현재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은 미국 내에서 관세가 없다"며 "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2021년부터 미국 내 위탁생산 공장을 찾았고 FDA(미국 식품의약국) 심사를 마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내 위탁생산 업체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가 확정되면 미국령에서 생산을 시작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다수 업체들은 아직까지 대응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미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42.7%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에 폐암신약 '렉라자'를 판매 중인 유한양행,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수출 중인 대웅제약,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수출 중인 GC녹십자 등은 "아직 특별히 대응책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의약품 관련 미국에서 한국의 경우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했는데 향후에는 어떻게 관세가 결정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기업들은 미국 내 약가인하 정책, 다른 국가와의 관세 협약 등을 보면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는 부분인 거 같은데, 이걸 하면서 경제성을 맞추기 쉽지 않을 테니 외교 통상적으로 정부가 협상하면서 인센티브 관련 부부도 협의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관세에만 집중하기보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중장기 전략도 같이 고민하면서 미국과 협력해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