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 공모 흥행 참패…헬스케어 IPO 옥석가리기 시작

김도윤 기자
2025.08.13 16:01
그래피 IPO 공모 결과/그래픽=윤선정

그래피가 기업공개(IPO) 공모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요예측과 청약 경쟁률 모두 올해 하반기 IPO 시장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IPO 시장에서 꾸준히 이어진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의 흥행 행진이 중단됐단 점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 밸류에이션 전략과 독자적인 기술 및 사업 경쟁력 평가 등에 따라 공모 성패의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래피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최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각각 경쟁률 182.15대 1, 39.84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과 청약 모두 올해 하반기 IPO 시장 최하위 경쟁률로 체면을 구겼다.

그래피는 수요예측 경쟁률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질적으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전체 신청 물량(2억4863만5000주) 중 절반 이상(1억2923만3000주)이 희망공모가밴드(1만70000~2만원) 미만에 몰렸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누구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단 약속인 의무보유 확약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피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를 밴드 하단 아래 가격인 1만5000원으로 정했다. 이 같은 고육지책에도 청약 경쟁률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피의 공모 흥행 실패는 다소 공격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란 지적과 글로벌 비교 기업의 주가 하락, 대표 제품의 시장 경쟁력, 상장 뒤 다소 비중이 높은 유통 가능 주식 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우선 희망공모가밴드 상단 기준 기업가치는 약 2306억원으로, 적자 의료기기 회사란 점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단 예상이 나왔다.

또 그래피는 공모 과정에서 전 세계 90여개국과 거래하는 수출 기업이란 점을 강조했지만, 대표 품목인 치아 투명교정장치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현재 0.1% 미만이다. 또 상장 뒤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매도할 수 있는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의 58.86%로 비교적 높단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치아 투명교정장치를 제일 먼저 출시하고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미국 얼라인테크놀로지(Align Technology)의 주가(미국 나스닥)가 지난달 말 급락하면서 그래피 투자수요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IPO 시장에서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은 연초 일부를 제외하고 대체로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주요 업종으로 활약했다.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도 다수 나왔다. 다만 그래피의 공모 흥행 실패로 앞으로 IPO 시장에서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 사이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다수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이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큐리오시스와 명인제약은 이미 상장 심사를 통과하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피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은 주가 부진과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보수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래피는 세계 최초 형상기억 3D(3차원) 프린팅 투명교정장치란 독보적 기술력과 명확한 글로벌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를 얻었다"며 "공모가는 중장기적인 투자자 신뢰 형성을 위해 시장 친화적 수준으로 책정했고, 공모로 조달한 자금은 미국 법인 설립과 현지 생산라인 구축에 신속히 투입해 글로벌 매출 기반을 조기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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