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독특한 암이다. 첫째, 발병 원인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다른 암은 원인이 모호하지만 간암은 90% 이상이 간염, 지방간, 간경변증과 같은 '기저 간 질환'이 암으로 악화한다. 둘째, 암 부위를 제거해도 다른 부위에서 재발할 우려가 높다. 간 자체 손상으로 암이 발병하는 것이라 치료 전후로 간 기능 전반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심주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3일 머니투데이에 "토양이 척박하면 잡초가 끝없이 돋아나듯 '손상된 간'에서는 암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며 "간 기능은 간암 치료 전략을 결정하고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간암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 '더발루맙'과 또 다른 면역항암제 '트레멜리무맙'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하 면역·면역 병용요법)이 주목받는 것도 국내 암 발생률 7위, 사망률 2위인 간암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전신 항암 치료는 세포 독성 항암제에서 표적치료제, 그리고 면역항암제로 발전해 왔다. 단일 치료제를 쓰는 것에서 면역·면역, 면역·표적 치료제를 동시에 쓰는 '병용 요법'도 임상 근거를 쌓으며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기존의 1차 치료는 약제 자체의 독성과 암의 영향으로 간 기능이 악화할 위험이 존재했다. 애초 간 기능이 떨어졌거나 치료 과정에 유지되지 않는 환자는 투약을 시작하기도, 지속하기도 힘들었다.
반면 면역·면역 병용요법은 허가된 간암 1차 치료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5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임상시험(HIMALAYA 연구)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새 희망이 되고 있다. 60개월 전체 생존율은 19.6%를 기록해 표적치료제 소라페닙(9.4%)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치료 중 간 기능 지표(차일드-퓨 등급, 알부민-빌리루빈 점수)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간 기능을 악화시키지 않음을 증명했다. 심 교수는 "간 기능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입증한 것은 그만큼 다양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매우 중요한 장점"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면역항암제 중 트레멜리무맙은 첫 주기에 단 1회만 투여하는 이른바 '원샷' 방식으로 이후 월 1회 더발루맙 단독 투여만으로 장기 생존이 유지되는 효과가 확인됐다"며 "기존에 면역·표적 병용요법이 두 치료제를 모두 지속해서 투여하는 것과 달리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편의성 측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고 부연했다.
위·식도 정맥류 출혈 위험이 낮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간암 환자는 간경변증 등으로 인해 간 내부 압력이 높아져 식도 정맥류가 잘 생기고, 이로 인한 출혈도 쉽게 발생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간암 환자가 피를 토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에 면역 항암제와 병용하는 표적 치료제(베바시주맙)는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를 억제하는 원리라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피를 멈추는 데 필요한 물질까지 막고,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면역·표적 병용요법의 이상 반응은 대부분 관리가 가능해 환자가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출혈이나 혈압 상승, 간 기능 저하 위험이 있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면역·면역 병용요법이 중요한 대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학회는 간암 1차 치료로 면역·면역 병용요법을 우선 권고한다.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앞둔 대한간암학회 역시 면역·면역 병용요법을 1차 치료로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경제적 장벽'이 아직 견고하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손보험이 있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환자만 1차 치료에 면역·면역 병용요법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급여 결정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재정 문제 등으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심주현 교수는 "간암은 50대 암 사망률 1위, 40대 2위로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때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는 것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급여 논의 시 1회 투여하는 면역 항암제로서의 특수성과 장기 생존 효과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