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비만약 개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대웅제약 등에 이어 최근에는 종근당도 '위고비' '마운자로'와 비슷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개발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연내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기술수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근당은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를 창립했다. 아첼라에서는 경구 투여가 가능한 GLP-1 작용제를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하며 3개의 핵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중 하나로 키울 계획이다. 종근당이 GLP-1 계열 비만약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제약사들도 비만약 개발에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동국제약도 최근 GLP-1 계열 비만약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GLP-1 수용체와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비만 치료 신약 물질의 국내 특허 출원을 마친 대웅제약은 해당 물질을 지속해서 연구 중이다. 피부에 붙이는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의 마이크로니들 패치도 한창 개발 중이다. 최근 대웅테라퓨틱스와 함께 비만 패치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외에 동아에스티 자회사 메타비아는 'DA-1726'을 GLP-1, 글루카곤 이중 작용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다음달 미국비만학회에서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HK이노엔은 중국 사이윈드에서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비만 임상 3상시험을 올 상반기 시작했다. 대원제약은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와 글루카곤, GLP-1, GIP 수용체 삼중 작용제 비만·당뇨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은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비만약 기술수출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근 손실을 최소화하는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 근육 증가형 비만 치료제 'HM17321',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비만치료제 'HM101460' 등도 개발 중이다. 지방량은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의 미국 임상 1상 시험을 위해 지난 9월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도 신청했다. 한미약품은 HM17321의 기술수출 논의를 다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지난 9월 먹는 비만·당뇨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긍정적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ID110521156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로 4주 체중 감량 시험 결과 최대 13.8%, 평균 9.9%의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다른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약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중대한 부작용이 없어 '계열 내 최고'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고무적인 것은 체중이 9.9%나 감소하는 와중에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을 제외한 근육, 뼈 등 나머지의 무게)이 오히려 증가했다. 고용량군에서 체지방량은 15.4% 감소했으나 제지방량은 오히려 0.6% 증가했다"며 "경구용으로 복용이 편리하고 위장관계 부작용은 적지만 체중 감소 효과는 매우 크고 근육은 줄어들지 않는, 누가 봐도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의 비만 약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수한 1상 데이터를 확보한 동사의 해외 기술수출에 대한 자신감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동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기술수출 일정 또한 매우 보수적인 계획이며, 당연히 올해도 딜(거래)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다수의 기업과 CDA(비밀유지계약)를 맺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적 제약사들은 근육은 줄지 않으면서 지방량만 줄이는 비만약에 높은 관심을 기울인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현재의 비만치료제는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줄이는 단점이 있어서다.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에서 아시아 기업 투자와 기술도입 등을 담당하는 함얀 보겔드 로슈 아시아 파트너링 그룹 헤드도 최근 서울 강남구 한국로슈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체중은 줄이면서 근육은 보전하는 비만약 기술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