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이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1형(HIV-1) 치료제로 개발 중인 'STP0404'의 성공적 임상 2a상 중간 결과를 확보했다. 전 세계 최초로 선택한 독자 기전의 후보물질로 규제 가이드라인을 상회하는 경쟁력을 확인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이 회사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한층 힘을 실으며 신약 개발 분야 힘이 다소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직 신규 동력 안착에 시간이 필요한 CDMO 역량 강화를 신약 분야 경쟁력이 안정적으로 뒷받침 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7일 에스티팜에 다르면 이 회사는 지난 22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감염병 학회 'IDWeek 2025'를 통해 STP0404(피르미테그라비르)의 2a상 중간 분석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만 18~65세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항바이러스 활성과 안전성, 내약성 및 약동성을 확인한 것이 골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HIV-1 감염 치료에 있어 HIV-1 RNA(바이러스 유전 물질) 수준이 ≥0.5 log10 copies/mL 감소되면 1차 효능 지표를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혈액 속에서 측정되는 HIV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0.5 log₁₀ 감소는 혈액 내 바이러스 양이 약 3배 이상(3.16배) 줄었다는 의미다. STP0404는 이를 크게 뛰어넘는 최대 35.65배의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STP0404는 기존 인테그레이스 억제제(INSTI)와는 완전히 다른 부위에 작용하는 새로운 'ALLINI' 계열의 약물이다. INSTI가 HIV DNA를 인간 유전체에 삽입하는 효소를 억제한다면, ALLINI는 바이러스 RNA가 인간 DNA에 바이러스 RNA가 삽입되지 못하고 감염성을 잃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STP0404는 해당 기전으로 첫 임상 2상에 진입한 희소성과 INSTI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특히 이번 저용량 효능에 이어 내년 1분기 고용량 환자군 효능까지 도출되는 만큼 기술수출 잠재 주자로서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STP0404 우호적 데이터는 이미 미국 1상을 완료한 세계 최초의 경구용 대장암 신약 후보 'STP1002'의 기술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TP1002는 에스티팜의 또 하나의 임상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현재 1상 완료 후 기술수출 후보를 찾고 있다.
현재 에스티팜의 핵심 사업은 RNA 치료제 원료의약품(API)인 올리고 핵산 CDMO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cGMP 올리고 전용 공장을 완공한 이래, 올리고 API 생산 설비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특히 지난 2018년 신규 생산시설 증설로 글로벌 3위에 해당하는 CDMO 역량을 갖추게 됐다.
회사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올리고 핵산 CDMO 사업은 2021년 1600억원대였던 회사 매출액을 지난해 27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56억원에서 277억원으로 뛰며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 효자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역시 올리고 핵산 CDMO 사업을 앞세워 사상 첫 3000억원대 매출 진입이 전망된다.
에스티팜 역시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신약 개발 보단 CDMO 사업 집중을 우선으로 꼽고 있다. '잘 하는 것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중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라인을 배치해 고객사 대응 능력을 강화한 제2올리고동을 준공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에스티팜은 지난달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통해 추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보단 CDMO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올리고 CDMO 사업은 사업에 진출한 2019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1761억원까지 성장했으며, 향후 전방산업 시장 규모 확대로 지속 성장이 전망된다"라며 "특히 제2올리고 생산시설 준공에 따라 기존 배치 사이즈 2배까지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며 올리고 API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맞춰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해 추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신약 개발 성과는 시간이 필요한 CDMO 신규 시설 안착까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2올리고동 가동률 안정화와 효율 제고를 위해선 1~2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기업가치 제고 동력의 틈을 기술수출이 기대되는 신약 분야 성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제2올리고동 가동으로 내년에도 올리고 핵산 CMDO 성장이 이어지겠으나 본격적인 램프업(생산량 확대)과 가동 효율화는 2027년 이후로 예상한다"라며 "STP0404의 이번 발표는 중간용량(200mg, 400mg)으로 내년 고용량(600mg, 코호트3)에서 더욱 높은 효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내년 1분기 종료가 예상되는 코호트3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기술 이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