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이니 괜찮겠지, 방심한 어르신…뱃살이 암 키운다

정심교 기자
2025.10.30 09:36

나이가 들어도 체중만 정상 범위로 유지하면 건강에 큰 문제 없을 것으로 여기는 어르신이 적잖다. 그런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체중은 정상이어도 허리둘레가 크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예방엔 '체중 관리'보다는 '복부 지방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30일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장수연 교수 연구팀(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장수연·류혜진 교수, 암연구소 강민웅 연구교수)은 고령층에서 암 발생과 체질량지수(BMI) 및 허리둘레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BMI가 높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낮았고, 반대로 허리둘레가 클수록 높았다고 밝혔다.

비만은 염증, 산화 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 등을 통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표적인 비만지표인 체질량지수(BMI)와 다양한 암종의 높은 발생위험간의 상관관계가 기존에 보고됐지만 BMI는 체성분 구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반면, 허리둘레는 대사적으로 의미 있는 복부 비만과 내장지방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이에 연구팀은 BMI와 허리둘레가 고령자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전국 단위 인구 데이터를 통해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5~80세 한국인 24만7625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는 기저에 암 병력이 없는 상태였으며, 2020년까지 추적 관찰을 통해 암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BMI와 허리둘레는 측정값을 바탕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카테고리별로 암 발생 위험비를 산출했다.

그랬더니 평균 11.3년의 추적 기간 동안 암은 4만3369건 발생했는데, BMI가 높을수록 암 발생 위험은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허리둘레는 클수록 암 발생 위험이 더 증가하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남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정상 체중(BMI 18.5~23) 범위 내에서도 허리둘레가 클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장수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겉으로 보기엔 '정상 체중'이라도 복부 비만이 있으면 암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령에서 BMI가 높다는 건 단순히 체지방량이 많다는 의미가 아닐 수 있고,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영양상태가 양호함을 반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들고 체지방이 복부 쪽으로 다시 분포하므로, BMI만으로는 노인의 체성분과 대사 건강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노인층에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도 복부 비만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암을 막는 데 중요함을 보여준 연구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노인을 대상으로 BMI와 허리둘레가 암 발생과 반대 방향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 장 교수는 "기존의 여러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됐으나, 이는 주로 중년층 이하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에 노인 인구에 집중한 이번 연구는 기존 학설과 대조적"며 "향후 근육량과 체지방 분포를 포함한 체성분 분석 후속 연구를 통해 근육량이 실제로 노인층의 암 발생에 있어 보호적인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고령층에서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의 암 발생과의 상반된 연관성: 전국 인구 기반 연구)'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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