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2025 KOREA' 기간에 'K-한의 헬스케어관'을 운영하는 가운데, 이를 두고 의사들이 '발끈'했다. "불법행위를 국제무대에서 시연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에서다.
3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한방특별대책위원회(한특위)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 APEC 의료지원을 위해 경북대병원, 동국대경주병원 등 의료기관을 비롯해 경상북도의사회 등이 참여해 각국 인사들과 참가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헬기 수송 준비 등 만일의 응급상황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의계는 'K-한의'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내세워 '한류'에 편승해 주목받으려는 과대포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한의사의 면허 범위 초과 소지가 있는 초음파 진료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전성·유효성 등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한방행위를 비롯해 특히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진료행위가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를 명백히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국제 행사를 빙자해 이 같은 행위를 홍보하는 건 국민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한 시도임을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29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대한스포츠한의학회와 경상북도한의사회, 경주시한의사회 공동주관으로 마련한 'K-한의 헬스케어관'을 10월27일부터 11월1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선덕광장에 마련된 야외 부스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K-한의 헬스케어관'에서는 홍보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한류, K-콘텐츠 열풍의 중심에 있는 한의학을 널리 홍보하고, 각국 정상을 비롯한 외빈과 방문객들에게 침과 뜸, 약침, 추나, 한약 처방 등 다양한 시술과 처방을 제공해 한의치료의 우수성을 전파할 예정"이라며 "특히 초음파 등 진단 장비와 추나 테이블 등 치료 장비를 통해 발전된 현재의 한의학 진단과 치료법을 직접 보고 체험할 기회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의협 한특위는 "APEC 정상회의는 국제 외교 무대이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공식 행사인데 한의사들이 법적 근거 없이 초음파 등 진단행위 및 진료를 시행한다면 우리나라 이원적 의료체계에 대한 국제적 오해를 야기하고, 우리 보건의료제도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초음파·엑스레이 등 진단용 장비는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해부학·병리학·영상의학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장비"라면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임상 경험이 전무한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는 건 오진, 의료사고, 방사선 피폭, 질환별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특위는 행사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에 'K-한의 헬스케어관' 운영 실태에 대한 즉각적인 현장 조사 및 행정조치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한의사의 초음파 등의 진료행위가 의료법상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불법행위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법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다.
반면 정호섭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의무이사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류 붐과 맞물려 한의학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K-한의 헬스케어관 운영은 APEC 정상회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각국의 정상과 외빈은 물론 기자단과 관계자들에게 한의학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릴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