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의사 남길 유인책 없다" 지적에…정부 "규제 풀고 재정지원 구체화"

홍효진 기자
2025.12.27 17:49

[복지부-대전협 정책 간담회]
지역의사제 "구체성 부족" 지적…정부 "협의체 구성·세부안 논의"
전공의들 "필수과 배상보험, 보장 대상·범위 확대해야"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 간담회 현장. /사진=홍효진 기자

이르면 2027년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지역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복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지역에 인력을 정착시킬 충분한 유인책 설계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 논의기구를 만들어 제도를 구체화하는 한편,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란 입장이다.

송보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수련이사(충남대병원 성형외과)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지역의료 문제는 단편적인 인력 보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지역의사제는 결국 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머문다.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대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은 의과대학생을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게 하는 '복무형'과 전문의가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종사 계약을 맺는 '계약형'으로 나눠 운영하는 제도로, 지난 23일 관련 법안이 공포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송 이사는 "기존 지역거점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인력 자원은 활용될 수 없다"며 "현 제도는 지역의사제 졸업생의 해외 이탈, 지역 미용 의원 취직, 재수·삼수 후 비필수과 지원 및 전형 자체의 미달 등 예상되는 부작용조차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 간담회 현장. /사진=홍효진 기자

오지인 대전협 대구·경북 지역협의회장(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은 "복무기간이 지났을 때 그만두고 나가는 것보다 해왔던 일(지역 근무)을 이어서 하는 것에 대한 메리트가 더 커야 한다"며 "복무형에서 계약형으로 전환할 때 인센티브를 적용하거나 근속기간이 늘수록 수가에 차등을 두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 역시 현 제도의 구체성이 부족하단 문제의식에 대해선 공감대를 보였다. 안웅식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서기관은 "현재 법안에 인력 배치나 복무 이후 지역 정착 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담겨있지만 구체적 형태는 없는 상태"라며 "'(가칭)지역의사제 협의체'를 이른 시일 내 구성해 하위법령의 전제가 되는 사항을 협의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논의기구로 출범할 지역의사제 협의체엔 대전협 추천 위원도 소속될 예정이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의료체계 형평성을 갖추도록 지역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며 "지역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파견·순회 진료 등을 할 수 있게끔 지역의료특구나 규제 샌드박스 형태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 간담회에서 박창용 대전협 정책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이날 현장에선 정부가 필수과 의료진의 사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다. 박창용 대전협 정책이사(국립경찰병원 내과)는 "형사 사법 절차는 무죄가 확정돼도 수사·기소·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의료인 삶을 파괴한다"며 "전공의 배상보험은 이에 대한 보호가 배제돼 있어 핵심이 빠진 상태"라고 짚었다.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따르면 2012~2021년 응급의료 형사 사건 피고인 28명 중 전공의 수는 9명(32%)을 차지했고, 지난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조사에선 원내 응급의학과 전공의 21명 중 12명이 '의료소송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심장혈관흉부외과·응급의학과·신경외과·신경과의 8개 과목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배상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전공의들은 제도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가 완료된 지원사업엔 산부인과 전문의 75%와 소아외과 전문의는 92%, 필수과 전공의 65%가 가입했다.

박 이사는 "전공의 배상보험은 특정 과목이 아닌 전체 전공의 대상으로 확대하고 보장 범위도 다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과별 (법적부담)위험도에 따라 고위험과는 최대 5억원까지 (보험 적용을)상향하고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배상보험 의무 가입을 요건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후 보험 상품 설계 시 다층적 보호 체계로 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겠다"며 "내년 1월 말~2월 초 마련될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을 통해 형사소송 관련해서도 의료진을 보호할 제도를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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