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주요 수술건수가 급감한 와중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로봇수술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수익보전 목적과 환자의 요구, 의료인력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장비 전체를 수입하는 제조사의 매출도 역대 최고를 찍었다. 아직은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브레이크'가 걸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4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비급여 보고제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2024년 3월과 9월, 2025년 3월 47개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 순위 2위와 3위는 전립선암·갑상선암 로봇수술이 차지했다.
이 기간에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60억원→64억원→71억원, 전립선암 로봇수술은 59억원→63억원→79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장암, 위암, 자궁암 등 다른 암 로봇수술은 제외하고 갑상선암·전립선암 로봇수술에 지난 한 해(3월 기준으로 1년 추정치) 1800억원을 쓴 셈이다.
의대증원으로 의정갈등을 겪은 2024년 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암 수술건수는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수술을 돕고 환자관리를 담당하던 전공의들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4년 주요 수술 통계연보'에서 급여항목인 갑상선 일반 수술환자 수는 2023년 3만6455명에서 2024년 3만3944명으로 7% 줄었다. 전립선절제술(경요도 제외) 환자도 이 기간에 1317명→1175명으로 11% 감소했다. 위·폐절제술 등도 마찬가지였다.
의료공백도 비급여 로봇수술이 증가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우선 환자는 흉터가 덜 남고 합병증이 겁나 절개와 출혈이 상대적으로 적은 로봇수술을 선호한다. 수술비용은 평균 1000만원에 달하지만 실손보험이 있으면 대부분 보장돼 부담이 훨씬 준다.
의정갈등은 병원이 오히려 로봇수술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한 촉매제가 됐다.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 외과 A교수는 "전공의 인력이 줄면서 조수가 1명이라도 적고 집도의는 덜 피로한 로봇수술이 더 선호됐다"며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는 측면에서도 비급여 로봇수술이 낫다 보니 일반 수술은 줄여도 로봇수술은 축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술방을 풀가동하고 마취과 등 인적자원을 우선 투입해 다른 수술은 늦춰져도 오히려 로봇수술은 전보다 빨리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로봇수술의 확대는 로봇수술기 '다빈치'를 수입·판매하는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의 매출로도 확인된다. 이 회사의 2024년 매출은 2529억원으로 2023년 2129억원보다 400억원 늘었다.
수술량 증가로 소모품 비용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다빈치는 장비를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하면 가동을 멈춰 정기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장비 전체를 수입하는 만큼 해외 본사에 주는 비용(매출원가) 역시 21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로봇수술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자·전공의·의사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 이유가 없다. 그러나 비싼 만큼 값을 하는지, 즉 비용 효과성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비급여 로봇수술의 관리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 급여 본인 부담으로는 10만원대인 수술비용이 로봇수술을 하면 800만원에서 3800만원까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안전관리 등 필요성에 공감하며 "의료계와 협의해 (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