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과학AI포럼 주최 심포지엄 개최…산·학·연·정 모여 현주소 및 과제 진단
"후보물질 발굴 속도 혁신은 인정…이후 단계 넘어야 '가능성→성과' 구간 진입"
정부 차원의 데이터·평가체계·인프라 구축 필요…정부-민간 역할 분담 과제로

신약 개발 미래 열쇠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의 바이오 산업 현주소와 핵심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AI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임상 단계에서의 성과 입증과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가능성'을 넘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는 한국과학AI포럼이 주최하고 서울대 바이오인공지능연구단, 카이스트 인텔리전트케미스트리랩, 갤럭스, 인터베스트가 공동 주관한 '바이오 AI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바이오 AI-현실 격차,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주제로 AI 기반 신약개발의 현재 수준과 향후 방향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주요 인사로는 석차옥 갤럭스 대표(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우연 히츠 대표(카이스트 교수), 정남진 글로벌신약개발 자문,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최근 글로벌 바이오 산업계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인력 만으로는 수년이 소요되던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단축시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제한적인 국내 바이오은 물론, 동일 타깃·기전 경쟁에서 시장 선점을 노리는 글로벌 제약사까지 아우르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을 보완·대체하는 데이터로 AI·컴퓨터 모델링(in silico)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NAMs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면서, 규제 환경 역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였던 AI 신약개발 시장은 2030년 최대 90억달러(약 13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AI의 빠른 확산에도 불구하고, 임상 단계 성과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보물질 발굴 이후 단계에서의 한계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것이다.
정남진 글로벌신약개발 자문은 "AI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 속도는 획기적으로 단축됐지만, 후보물질 발굴 이후 단계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다"라며 "결국 핵심은 질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하이 컨빅션(질병 원인과 인과적으로 연결된) 타깃'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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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에 있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상관관계를 찾는 데는 강하지만,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 규명"이라며 "타깃이 실제 질병의 원인인지 입증하는 과정은 여전히 실험과 검증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AI로 모든 문제를 풀겠다는 접근보다는 속도 개선이나 효율화 등 활용 가능한 영역부터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타깃 선정 단계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석차옥 갤럭스 대표는 "분자를 설계하고 생성하는 기술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어떤 타깃을 선택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신약개발 경쟁력은 결국 타깃 선정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AI 모델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김우연 히츠 대표는 "다양한 AI 모델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성능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특정 벤치마크에 최적화된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공정한 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보다 데이터와 인프라가 더 큰 병목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 자문은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AI 성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데이터 품질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IGO)'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품질 학습 데이터뿐 아니라 실패 사례를 포함한 네거티브 데이터, 분자·세포·임상으로 이어지는 멀티스케일 데이터 부족, 데이터 표준화 미비 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이와 함께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 필요성도 제기됐다. 산업적 성과와 기초 연구를 동시에 추구하는 현재 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자문은 "개별 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데이터 구축이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장은 "국내 바이오텍은 자원과 인력이 제한적인 만큼 데이터와 인프라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