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CAR-T'에 쏠리는 빅파마 시선…'K-바이오' 포지션은

김선아 기자
2026.02.10 16:28

빅파마 '생체 내 CAR-T' 개발사 잇단 인수…차세대 CAR-T 시장 선점 위해 선제 투자
기존 CAR-T 개발 경험의 큐로셀·앱클론…알지노믹스는 원형 RNA 원천 기술 보유

글로벌 빅파마의 생체 내 CAR-T 개발사 인수 사례/디자인=김현정

일라이 릴리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체 내(in vivo) 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개발사 인수 행렬에 동참했다. 큐로셀, 앱클론 등이 기존 CAR-T 치료제 개발 경험을 살려 생체 내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가운데 알지노믹스는 최근 글로벌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원형 리보핵산(circRNA)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오르나 테라퓨틱스(이하 오르나)를 최대 24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오르나는 자체 원형 RNA 기술과 지질나노입자(LNP) 전달 플랫폼을 결합해 생체 내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선도 프로그램 'ORN-252'는 현재 임상시험 준비가 완료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체 내 CAR-T 치료제는 기존 CAR-T 치료제가 환자 몸에서 세포를 채취해 CAR-T를 만들어 다시 넣어주는 것과 달리 체내에서 CAR-T가 만들어지도록 한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제조할 수 있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어 상용화까진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생체 내 CAR-T 치료제가 아직 모험적인 단계에 있지만 궁극적으로 CAR-T 치료제가 나아갈 방향이란 점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파마들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만 아스트라제네카(AZ), 애브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이 생체 내 CAR-T 개발사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CAR-T 치료제가 개발될텐데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의약품 형태에 가장 가까운 생체 내 CAR-T 치료제로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며 "빅파마들도 그 방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초기 단계의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생체 내 CAR-T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이럴 벡터(바이러스 매개체) 형태로 체내에 주입해 T세포를 감염시켜 CAR-T로 만드는 방식과 LNP 등 약물전달시스템(DDS)을 통해 RNA를 전달해 CAR-T가 생성되게 하는 방식이다. AZ가 인수한 에소바이오텍은 전자의 방식을, 각각 애브비와 BMS가 인수한 캡스탄 테라퓨틱스와 오비탈 테라퓨틱스는 원형 RNA를 활용한 후자의 방식을 택했다.

현재 국내에선 큐로셀, 앱클론 등이 내부적으로 생체 내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CAR-T 치료제를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CAR-T 치료제도 제조 시 바이럴 벡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생체 내 CAR-T 치료제 개발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CAR-T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단 점도 강점이다.

알지노믹스는 이번에 일라이 릴리가 인수한 오르나와 유사한 원형 RNA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리보자임(효소 기능을 하는 RNA)을 바탕으로 원형 RNA를 만든다는 점에서 오르나의 기술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원형 RNA를 만들 때 알지노믹스는 자체 개발한 RNA 치환 효소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최종 산출물에 불필요한 외부 서열이 남지 않는다는 점도 오르나의 기술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원형 RNA 기술은 선형 RNA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고, 다양한 치료제에 적용될 수 있어 플랫폼에 대한 기술이전도 가능하다. 알지노믹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초기 단계에서 생체 내 CAR-T 치료제도 연구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까지 개발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를 벡터로 사용했지만, 향후 모달리티와 적응증, 개발 목적 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전달체를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RNA 치환 효소 기술에 대해 일라이 릴리와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원형 RNA 기술도 특정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공동개발하는 형식의 파트너링도 가능하다"며 "지난 1월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원형 RNA 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회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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