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발표된 '의대 증원'…의정갈등 조정이 관건

박미주 기자, 정심교 기자, 홍효진 기자
2026.02.10 18:39

정부, 의사단체 반발 고려해 의대 교육 지원 강화 방안 발표
의사단체 여전히 반발…교육 힘들다고 주장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하는 모습(왼쪽)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 뉴스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 이날 교육지원 강화 대책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반발하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한 조치다. 의사단체는 여전히 교육이 힘들 것이라며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 의정 간 갈등 조정이 정부의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27~2031년 연평균 668명의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 의사들이 교육의 질 저하 가능성을 문제삼는 것을 감안해 보정심에 '지역·필수·공공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교육 여건 개선 방향'을 보고하고 관련 내용도 발표했다. △대학별 교육 지원 △지역의사전형 선발 학생 지원 방안 △대학병원 교육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지원 △교육인원이 증가한 의대 24·25학번 교육 지원 △전공의 지원 등이다.

앞서 의대 증원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2월 2000명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27년 만에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의 반발이 이어지며 실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의 정원은 1509명만 늘었다. 이후 2026학년도 의대 입학생은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아갔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국회는 전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가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잘못 추계한 뒤, 이를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 취약 지역의 부족 의사 수를 전국 단위의 부족 의사 수로 잘못 해석했고, 저출산 등 인구 변화 요소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의 첫 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한 정은경 장관은 국정과제인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과학적이고 민주적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사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꾸려 의사단체, 전문가 등과 논의해 의사 인력 부족 추계 모형들을 선정한 후 김택우 의협 회장과 의료계 인사, 시민단체 인사 등이 위원으로서 회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7차례 개최해 의대 정원을 결정했다.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번 의사정원을 증원할 때 과학적 근거나 아니면 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부족을 지적했다"며 "이번에는 과학적인 근거와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번 의대 증원 규모는 보정심에서 정한 2037년 의사 부족 수 추계치 4724명 대비 적은 수준이다. 2030년부터 의사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할 공공의대와 신설 지역의대 의사 인력 600명을 제외하면 일반 의대에서 양성돼야 할 필요 의사 인력 수는 4124명이다. 이를 5개년으로 나누면 연간 약 825명의 일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증원 규모는 이보다 적다. 의사단체가 주장한 교육 질 저하 우려 등이 감안된 결과다.

정 장관은 "선택한 모형의 추계에 비하면 75% 정도의 증원이 반영됐다"며 "의과대학 교육 여건과 양질의 의사 인력 양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협과 의대교수단체 등은 의대 증원에 반발한다. 이날 김택우 의협 회장은 보정심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후 김 회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향후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는 의협의 합리적 대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024~2025년 휴학한 24·25학번 의대생은 1586명이다.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더라도 이미 복지부에서 제시한 최대 증원 학생 규모를 123명 초과한다"며 "교원 수, 유급생 수, 건물, 시설, 제반 교육에 필요한 사항 등을 감안하면 더더욱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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