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의 활용 영역이 피부질환인 건선과 관절염으로까지 확장됐다. 신장질환, 심혈관 질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수면무호흡증 등에 이어 비만약의 치료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약 시장에 뛰어든 제약바이오기업의 차별화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GLP-1 계열 비만·당뇨약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개발해 판매 중인 일라이 릴리가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건선 환자를 대상 마운자로와 자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를 병용 투여한 3b상 임상시험(TOGETHER-PsO) 결과를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건선은 은백색의 비늘로 덮여 있는 붉은색 구진과 발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피부 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이다. 릴리가 이 치료제인 탈츠를 비만 또는 과체중을 동반한 성인 환자 274명에게 마운자로와 함께 투여했더니 36주 시점에서 27.1%가 피부 병변 완전 소실과 10% 이상 체중 감소를 동시에 달성했다. 탈츠 단독 투여군은 이 비율이 5.8%에 불과했다.
피부 병변 완전 소실 달성률은 병용 투여군이 40.6%로 단독 투여군 29.0%보다 약 40% 높았다. 마운자로를 이용한 비만 치료가 건선 치료 부담을 줄였다는 해석이다.
임상시험 책임 연구자인 마크 레브월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교수는 "(연구가) 높은 체질량지수(BMI)와 치료가 어려운 건선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병용요법으로 피부 병변 완전 소실을 달성한 결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면서 "연구 결과는 건선과 비만 또는 과체중을 동시에 치료하면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건선이 비만 관련 질환임을 재확인하고 포괄적인 치료 접근법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마운자로는 건선성 관절염 치료 효과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가 지난달 공개한 건선성 관절염 환자 대상 마운자로와 탈츠의 병용요법 3b상 임상시험(TOGETHER-PsA)에서는 병용요법군의 31.7%가 관절염 50% 개선과 체중 10% 이상 감소를 달성했다. 탈츠 단독 투여군에서는 이를 모두 달성한 비율이 0.8%에 불과했다. 또 관절염 50% 개선 달성 환자 비율은 병용요법(33.5%)이 탈츠 단독요법(20.4%) 대비 약 64% 높았다.
이밖에 릴리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마운자로 병용요법의 3b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마운자로 외 GIP(위 억제 펩타이드)·GLP-1 이중 작용제인 브레니파타이드를 천식 치료를 위한 2상 임상시험에서 평가 중이다.
마운자로의 적응증(치료 대상 질환)도 넓히고 있다. 마운자로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도 허가받았다. 릴리는 마운자로가 심부전, MASH, 간 섬유화 개선에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공개한 바 있다.
노보 노디스크도 GLP-1 계열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적응증을 늘리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은 이미 비만, 당뇨뿐 아니라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로도 FDA에서 승인됐다. MASH 환자 대상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됐다.
비만약 활용도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비만·대사 관련 치료제 시장은 1000억달러(약 144조5700억원)를 초과하는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전 세계 비만·대사 관련 치료제 시장은 700억달러(약 101조26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권 연구원은 "2030년 경에는 다수의 제약사들로부터 신규 비만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지만 그 시기부터는 체중 감량 효과보다는 제형 다변화로 접근성 향상, 근육 보존을 통한 체중 감량의 질 등 차별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 상업화에 있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관전 포인트는 성장 자체보다 상업화 트렌드가 주사제, 경구제, 병용 및 차세대 기전 중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분산될 것인가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