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갈 때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행동이지만 건강엔 치명적일 수 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변기에 오래 앉아있게 되고, 이는 항문 주변 압력을 높여 치질 등 항문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배병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외과센터장은 "인류가 직립 보행하면서 중력에 따라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구조적 한계를 갖게 됐다"며 "항문 정맥은 다리 정맥과 달리 역류를 막는 판막이 없어 혈액이 정체되기 쉽다. 특히 장시간 좌식 변기 사용은 치질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항문 내의 '항문 쿠션'은 혈관·근육·결합조직이 모인 곳으로, 배변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치질은 이 쿠션에 혈액이 정체돼 비정상적으로 부어오르거나 아래로 탈출한 상태다. 의학적으로는 1~4기로 나뉘며 1기는 출혈이 주 증상인 초기 단계지만, 3~4기로 가면 쿠션을 지지하는 구조가 늘어나거나 손상돼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
배 센터장은 치질의 본질은 '압력 관리 실패'에 가깝다고 조언했다. 변비나 설사로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복압을 높여 항문 정맥에 직접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배 센터장은 "장시간 좌식 생활은 하체 근육의 펌프 기능을 떨어뜨리고 정맥혈류를 정체시켜 치질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이라며 "특히 좌식 변기 사용은 직장과 항문 각도를 꺾어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 연구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질 위험이 46% 높았고, 5분 이상 변기에 머무는 비율도 더 높게 나타났다.
항문 출혈은 치질의 대표 증상이지만 동시에 대장암 신호일 수 있다. 직장 하부에 발생한 암은 치질과 동일하게 밝은 선홍색 출혈을 보일 수 있어서다.
배 센터장은 "특히 45세 또는 50세 이상에서 이전에 없던 항문 출혈이 새롭게 생겼다면 단순 치질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출혈 색깔만으로 치질과 암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만성 음주도 치질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직접적 영향보단 간 기능 저하와 문맥압 상승 등을 통해 정맥 압력 체계를 전반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변비 등으로 순간적인 복압이 가해지면 정상인보다 훨씬 쉽게 항문 쿠션이 손상될 수 있다.
치질 수술은 크게 전통적 치핵 절제술, 원형 자동봉합기 수술(PPH), 도플러 유도 동맥결찰술 등으로 나뉜다. 전통적 절제술은 재발률이 가장 낮지만 수술 후 통증이 크고 회복 기간이 길단 단점이 있다.
반면 PPH는 통증과 회복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단 보고가 있다. 동맥결찰술(DGHAL)은 초음파로 혈관을 찾아 묶는 최소침습 방식으로 재발률은 중간 수준이다. 다만 배 센터장은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것과 장기적 재발 가능성 최소화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치료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문질환을 단순한 국소 질환이 아닌 '생활 체계 질환'으로 본다. 수술은 이미 무너진 구조를 복원하는 과정일 뿐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재발 위험은 남는단 것이다.
배 센터장은 "항문질환을 제대로 제어하려면 수술적 치료와 함께 화장실 이용 시간을 5분 내로 제한하는 '5분 원칙'을 지키고 주기적 미니 스쿼트, 좌욕 등 생활 교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며 "문명적 압력의 함정을 인식하고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재발 예방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