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가 치료 중 병원 과실로 뇌 손상을 입었다며 수억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의사들이 "방어 진료를 고착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필수 의료 소송 부담 해소를 목표로 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법안 내 중과실 기준이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단 지적도 이어진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미숙아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가 병원 측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놓고 의사들 사이에선 필수 의료 기피가 더 심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동맥관 개존증 치료 중 뇌 손상이 발생했다며 환아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학교법인에 약 3억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아는 초극소 미숙아(재태연령 26주 3일·900g)로, 재판부는 의료진이 수술 처치 시점을 늦춘 것과 환아가 중증 경직성 뇌성마비 발생이 이뤄진 것에 대한 개연성을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초극소 미숙아의 뇌실 내 출혈 발생 가능성이 높단 점(약 20~40%) 등을 이유로 병원 책임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다.
의사들은 해당 판결이 필수의료행위 기피를 가속한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국 젊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의사 단체인 '넥스트젠 페디아트릭스'는 관련 성명에서 "900g 환아 대상의 전신 마취와 개흉 수술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처치인 만큼 기다릴 때의 위험과 수술 위험을 함께 고려해 치료 시점을 결정한다"며 "더 빨리 수술해야 했단 결과 중심 판단으로는 의료진이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고 방어진료만 고착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소청과 전공의(3년차)는 "소송 두려움에 이미 의국 내 전공의 20% 이상이 수련을 포기한 상황"이라며 "소송 위험이 큰 필수과 의사들은 이러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단 좌절감이 든다"고 전했다.
전성훈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의료진 과실을 30%만 인정한 것은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지우기는 가혹하단 재판부의 고심이 보이긴 한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의료진도 처벌받을 수 있단 현행 구조상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사회적·제도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법안 내 중과실 기준이 모호단 지적도 이어진다. 현 개정안은 '예견 가능성'을 목적으로 △동의받은 것과 다른 수술·수혈·전신마취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생명·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위험 발생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등 총 12개 유형으로 중과실을 구분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대한의료법학회 상임이사)는 "중과실 판단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며, 한 요소가 중과실의 필요조건이 될 순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며 "'이러한 행위만 안 하면 된다'는 게 중과실 명시의 취지겠지만 이 경우 법원의 판단 영역이 좁아지고 중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한 분쟁으로 가게 될 수 있다. 응급 시술이 필요한 소아·산과 분야 내 사고는 개인 책임 영역이 아닌 구조적 위험이란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